•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커밍아웃' 김조광수 "나를 긍정하니 행복해지더라"

등록 2013.05.23 17:52:05수정 2016.12.28 07:30: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첫 장편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청년필름 제작)'을 연출한 김조광수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mirag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왜 사회가 나를 받아주지 않는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나 스스로를 긍정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됐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긍정하니 행복하기 시작하더라. (성) 소수자라서 행복하다고 하면 다들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정말 소수자여서 행복할 때가 더 많다."

 커밍아웃한 김조광수(48) 감독이 23일 성공회대 대학생들과 만나 "소수자여서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했다. 성공회대 총학생회 측은 24일까지 열리는 대동제 축제 기간 동안 입장 바꿔보기 프로그램의 하나로 김조 감독을 초청했다.

 김조 감독은 커밍아웃한 계기에 대해 "혼자 행복하게 사는 게 미안해서"라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 행복하게 된 과정을 얘기해주면 다른 소수자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행복 전도사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남성을 사랑하게 된 그는 지독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동성애를 '병'으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병을 옮기지 말아야한다는 의무감에 그는 10대와 20대를 질타와 자책 속에서 불행하게 살았다.

 김조 감독은 "어릴 적 미아 1동 달동네로 이사를 갔는데 동네에 대기업 직장인과 명문대생 게이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형제라고 위장을 하다 애정행각을 들켜 세 들어 살던 방에서 쫓겨났다. 넘치도록 반찬을 해주던 동네 아주머니들은 한 순간에 돌변했고 "더럽다"며 차갑게 돌아섰다"고 회상했다.

 그 때 그는 아주머니들로부터 '호모'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엄마는 "병이다. 입에도 담으면 안 되는 말"이라고 했고, 선생님도 "누구한테 옮길 수도 있고 옮을 수도 있는 전염병이다. 가까이가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반 동성친구를 좋아하게 된 그가 고민 끝에 전화한 사랑의 전화 상담원마저 "병이다. 근데 교회를 다니면 치료할 수 있다"고 타일렀다.

그렇게 사회적 기준에 편승했던 10대의 김조 감독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병으로 여겼고 자신을 괴롭히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모두들 동성애는 병이라고 말했기에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동성 친구를 좋아할 때 나 또한 병에 걸린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 자신을 괴롭히면 살았다. 병에 걸렸다 생각하니 동성애에 대한 자기혐오를 시작하게 되더라"며 "나 자신을 계속 혼냈다. 넌 병에 걸렸어. 고쳐야 돼. 행복하게 살 수 없어. 이 호모야'라고 스스로 매일 1~2시간 벌을 줬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인 김조광수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 야외무대에서 동성연인과 결혼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인 김승환이 김 감독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photo1006@newsis.com

 자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기까지는 15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됐다.

 김조 감독은 "자기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동성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다"며 "사회의 미성숙을 탓하며 괴로워하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서 사회 탓만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성했고 그 순간 사회에 맞서서 내가 먼저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하다. 그는 "행복하다고 하면 다들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애기하라고 하는데 정말 행복하다. 나를 긍정하기 시작하니 천만 관객의 감독도 아닌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는 사람도 생기지 않았냐"며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사회적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다보니 친구들 모두 내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고 웃었다.

 행복한 그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결혼도 앞두고 있다. 19세 연하 동성 파트너 김승환(29)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와 9월7일 화촉을 밝힌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는 "내가 결혼 기자회견을 하는 등 수선을 떤 것은 이 사실을 알려 성 소수자와 이성애자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과 기업 후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우리 스스로 돈을 모을 수밖에 없다. 하객은 10만 명이 목표다. 보통 3만원에서 10만원의 축의금을 내니 30억에서 100억이 모이는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결혼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개된 장소에서 할 것이다"고 귀띔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