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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절친' 송철호 변호사에게 들어본 '문재인과 울산'

등록 2017.05.10 13: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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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송철호 변호사가 10일 울산시 남구 신정2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울산의 인연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17.05.10.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송철호 변호사가 10일 울산시 남구 신정2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울산의 인연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17.05.10.    [email protected]

"적폐를 걷어내고 새로운 기풍 불어넣자는 시대의 요청"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울산에서는 38.1%의 지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문 대통령과 함께 부산·울산 지역의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던 송철호 변호사가 문 대통령과 울산의 인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송 변호사와 문 대통령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로 30년 지기 정치적 동반자, 문 대통령 스스로 '절친'이라고 밝힐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막역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울산 유세에서 송 변호사를 일컬어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송철호 변호사를 10일 오전 울산 남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울산의 오랜 인연에 대해 들어봤다.

 △ 울산 천황산에서 정치에 거리를 두겠다고 토로하다

 - 문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관점은?

 민주화 물결이 높았던 1980년대 말 어느 가을날 문재인과 송철호 변호사는 울산 천황산 사자평 억새밭에 앉았다. 소주잔 몇 잔 마신 뒤 문재인 변호사가 말했다.

 "노무현 선배가 함께 정치하자고 자꾸 괴롭히죠? 나한테도 자주 정치 얘기 하시는데 나는 정치 체질 아닙니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도와드렸으면 좋겠는데 나보다 형이 낫지 않을까요?"

 송 변호사가 오랫동안 본 문재인은 정치가보다는 변호사였고, 내면적으로는 성직자였다.

 "꼼짝달싹하지 않았죠. 정치에 참가하라는 요구가 이어지면 자리를 떠버렸어요. 참여정부 후반 문 실장(당시 비서실장)과 몇몇 부부가 함께한 저녁식사 때 노 대통령이 은퇴 뒤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도 빙긋이 미소만 짓습디다"

 정치에 거리를 뒀던 문 실장은 참여정부 때 정치권 권유를 피해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난 일도 회자된다.

 "문 대통령은 19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이나 2000년대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지금이나 한결같습니다. 엄청 힘든 상황인데도 좀처럼 내색을 보이지 않죠. 그야말로 견인불발(堅忍不拔)이지만 내면에는 무겁고 강한 힘이 있습니다. 논리의 정연함이나 태도의 정갈함도 시종일관입니다."

 1980대 말 문재인(왼쪽)·송철호 변호사 시절 함께 천황산을 등산했을 때의 모습. (사진=송철호 변호사 제공)

1980대 말 문재인(왼쪽)·송철호 변호사 시절 함께 천황산을 등산했을 때의 모습. (사진=송철호 변호사 제공)

 △ 정글법칙 발호와 남북관계 파탄에 분연히 일어났다

 - 문 대통령이 정권교체의 깃발을 든 배경?

 일찌감치 정치와 거리를 두던 문 변호사는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뒤 심중에 변화가 일어났다. 정권 교체의 깃발을 스스로 든 것이었다.

 "노 대통령이 은퇴하자마자 우리는 시골 동네에 들어가 살기로 했습니다. 각각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부산과 울산 사이 대운산 기슭에 집을 구해 일도 하고 더불어 살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구한 집이 어느 화가가 팔려고 내놓은 양산 매곡동 집입니다. 그럴즈음 꿈에도 못 잊을 사건이 일어난 겁니다."

 2009년5월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문 실장은 담담한 태도로 상을 치렀다. 그때의 의연한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송 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홀연히 세상을 등진 뒤 승자독식의 정글법칙이 발호하고 휴지처럼 버려지는 평화의 약속들을 보면서 문 대통령의 마음 속에 정권 교체의 깃발이 올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 변호사가 국회의원 출마할 처지가 됐으니 함께 하자고 했을 때 군말 할 수가 없더군요. 그 소리는 노 대통령의 유훈이며, 호출장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로부터 두 사람은 울산과 양산 근교 작은 주막에서 자주 만나 정권 교체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 울산에 대한 깊은 이해가 KTX역과 UNIST(울산과학기술원) 만들었다

 - 문 대통령이 울산에 대한 각별한 인연은?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당 대표 시절 울산의 대운산과 입화산을 찾았다. 특히 대운산은 매곡동 자택과 가까워 자주 올랐다.

 울산권 인사들과 교류 폭도 넓혀졌다. 송 변호사도 '인연의 사슬'에 묶였고 심완구 전 울산시장은 조언자였다. 지난해 20대 총선 때는 당은 달랐어도 지향점이 비슷한 윤종오.김종훈 의원과의 유대도 돈독히 했다. 정찬모 전 교육위원도 더불어민주당 제1호 영입자가 됐다.

【울산=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진행된 울산지역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2. since1999@newsis.com

【울산=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진행된 울산지역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2.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울산에 많은 배려를 했다.

 민정수석이었던 2003년 8월 노 전 대통령이 울산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KTX울산역 신설과 울산종합대학교 신설 건이 건교부와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쳐 있었다. 방문 당일 문 수석이 송 변호사에게 20분 간의 요담 시간을 주었다. 시청의 한 방에서 이뤄진 그날의 요담은 두 개의 큰 기회를 만들었다.

 그날 노 대통령은 롯데호텔 오찬 모임에서 "오늘 반만 약속합니다. 나머지 반은 송 변호사가 나한테 어떤 술을 살지 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결국 울산역이 성사됐다. 울산의 미래 곳간을 준비하는 UNIST 설립도 '산아제한 필요하다고 아 안 낳는교'란 기발한 논리로 통과시켰다. 문 수석의 교량역이 없었다면 힘들었다.

 수석과 실장 시절, 그리고 당대표 때도 그랬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 울산의 산과 인물들은 최고 통치자의 뇌리 속에 특별한 인연으로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 석영처럼 투명하고 금강석처럼 강한 나라를 만들라

 -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마음은?

 "커다란 시대의 전환기다. 적폐를 걷어내고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자는 시대의 요청이다. 또 4차산업혁명기에 국운 도약을 하자는 국민의 의지가 결집돼 있다.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백성의 마음이 문재인을 선택했다.  

 폐단 폐습은 중앙뿐 아니라 지방에도 쌓였다. 농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중앙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적폐를 청산하고, 석영처럼 투명한 새 기풍을 진작하기를 기대한다.  

 또 당장의 문제인 일자리 창출에 힘써 가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4차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중·미·일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과 통일 기반을 갖춰 금강석처럼 강하고 빛나는 금수강산을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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