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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 “청탁금지 넘어 부정환수·이해충돌방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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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13 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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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동립 기자 = 청탁금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시행 1년을 맞이한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청탁금지법 입법을 이끈 이성보(61) 변호사의 시야는 이제 ‘포스트 청탁금지법’으로 확대됐다.

‘부정환수법’과 ‘이해충돌방지조항’이다.

이 변호사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와 같은 집단민원에 권익위가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가칭 ‘집단민원조정법’이 관련 행정부처들의 이견에 부딪혀 국회에 법안조차 제출되지 못한 바 있다. 이보다 더 아쉬운 것은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 일명 부정환수법이 제정되지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2015년 당시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가 한 차례 심의했지만 19대 국회 회기만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지난해 6월 권익위는 다시 법안을 냈고, 이달 말에서야 정무위 법안소위가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복지보조금이나 연구지원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예산을 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통제하고 감시할 수단은 법에 마련돼 있지 않다. 공공재정 부정청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개별 법률상 환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부정청구가 적발되더라도 대개 경미한 제재에 그친다. 부정수급 관련 도덕적 해이 근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정환수법은 법령상 지출되는 각종 보조금, 보상금 등 공공재정지급금을 허위 또는 과다하게 청구하는 행위를 금한다. 부정청구를 하면 부정이익과 이자를 환수한다. 허위·과다 청구하거나 목적 외로 사용하면 환수액에 더해 최대 5배까지 제재부가금을 부과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링컨법’이라고도 불리는 부정청구방지법이 위력을 발휘해 2012년만 해도 그 법에 의해 환수된 금액이 5조원을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법의 제정이 필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권익위원장 시절 제정 필요성을 절감해 법안까지 제출한 입장에서, 변호사가 돼 공무원 때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입장이 되니 정부예산이 제대로 된 곳에 쓰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부정한 방법으로 누수가 되는 것을 보면 매우 속이 상한다. 복지재정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이 법의 제정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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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원안에는 있으나 입법이 안 된 이해충돌방지조항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는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와 더불어 당시 내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에 담긴 세 가지 중 하나다. 이미 입법돼 시행 중인 두 가지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 내용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법조항이 애매하고 너무 포괄적이라고 하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해 지적한 일부 의원들 때문에 입법에서 제외됐지만 이 법을 입법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관계자들이 조문을 잘 가다듬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혁적으로도 권익위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모델로 해 이해충돌방지조항을 포함하는 청탁금지법의 입법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핵심인 그 조항은 제외시킨 채로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해충돌방지규정 도입과 더불어 공직자가 민간에 청탁하는 것을 금하자는 내용도 거론됐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고, 반대로 공직자 등이 민간기업에 행하는 부정청탁을 못하게 하는 법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직자 등이 자신의 직위를 내세워 민간에 청탁하는 일이 적지 않고 이것이 문제된 사례도 많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리고 있는 재판 과정에서도 공직자 등의 민간에 대한 청탁이 휴대폰 문자 등의 방법으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우리 사회에서 부패문화를 일신하기 위하여는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강력한 반부패정책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양방향 문제뿐 아니라 민간부문 내에서의 갑질문화 등 각종 부패친화적 문화도 극복돼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표 중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윤리수준이 작년 98위로 매우 저조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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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다만 “하루아침에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패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상론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순위를 정해 차츰 규제의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공직자 등의 민간에 대한 청탁을 금지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낸 만큼 이성보 전 권익위원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국회 등이 이 사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법철학자 라드브루흐가 ‘파수꾼의 파수는 누가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는데, 그 말처럼 고위공직자나 검찰의 비리를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내는 어떠한 제도도 장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새로운 기관이나 제도의 창설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나 공수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스탠스의 문제, 그리고 검찰총장이나 공수처장 등의 확고한 의지 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기관의 설치 필요성이 인정되나 운영에 따라서는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법률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무력화돼 있는 현재의 특별감찰관제나 권익위의 장차관, 판검사 등 고위공무원에 대한 고발권한 등이 그러한 예이다. 라드브루흐의 말을 되새기면,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될 공수처에 대해도 그 취지와 기능을 살리면서도 민주적으로 통제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성보 변호사는 법률사무소 형산을 운영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임 후 3년간은 대형로펌에 들어갈 수 없다. 흥사단 투명사회본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반부패 특강을 하는 등 ‘청렴 전도사’로도 활약 중이다.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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