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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액제 국가필수의약품 됐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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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2-20 15:03:47  |  수정 2017-12-26 09: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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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흔히 ‘링거’라 불리는 수액제가 처음으로 국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뒤 늦게 수액제가 국가 필수의약품에 지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런데 정부의 비축대상 의약품에는 여전히 제외다. 보건당국은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비축을 할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살펴보자. 기초수액제는 응급 환자 등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의약품이다. 응급실이나, 병실에서 가장 먼저, 기본적인 처치가 수액이다. 기초수액제는 그만큼 위급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동안 의료계는 “기초수액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국가재난사태가 발생 시 공급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번번히 관철되지 못했다. 기초수액제는 비축하지 않으면 부피가 크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신속한 운송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는 기초수액제를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일부 원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돈이 안된다’는 게 이유다. 결국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국민들의 목숨이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은 기초수액제 생산을 꺼리고 있다. 현재 기초수액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는 JW중외제약, 대한제약, CJ헬스케어 단 3곳 뿐이다. 이들 제약사가 국내 공급의 90% 이상을 책임진다. 현재 이들 3사의 공장 가동률은 100%를 넘고 있다. 그만큼 사용이 많다는 얘기다.

만약 이런 상황에 대규모 전염병이나 전쟁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공급은 원활치 못하고, 결국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이 생산을 꺼리는 데는 기초수액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초수액제의 납품가는 개당 약 1000원 가량이라고 한다. ‘생수’보다도 저렴한 금액이다. 제약사들은 “수액제 같은 퇴장방지의약품은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우리는 신종플루, 메르스와 같은 대규모 국가재난사태를 이미 겪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바꾸겠다는 말만 되풀이 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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