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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정보 유출' 영장 무더기 기각…"죄 안 된다" 또 예단

등록 2018.09.13 16: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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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운호 게이트' 연루 판사 개인정보 수집

행정처→형사수석부장→영장전담판사에게 전달

일부 이메일 외 영장 기각…"공무상비밀죄 안 돼"

검찰 "뇌물수사 막기 위해 정보 빼돌린 것" 반발

'수사정보 유출' 영장 무더기 기각…"죄 안 된다" 또 예단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양승태 행정처'가 지난 2016년 현직 부장판사 뇌물 사건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일선 법원에 '영장 지침'을 전달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대거 기각됐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사무실 및 당시 영장전담법관들이 사용한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발부된 것은 일부 이메일 영장 뿐이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지난 2016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김수천 부장판사 의혹이 불거지자, 이 의혹에 추가로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판사 7명의 부모, 자녀들의 가족 정보를 취합해 형사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영장전담판사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관 비위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 전 수석부장판사로 하여금 법관 비위 정보를 수집하게 한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판사들 비위에 대한 수사 정보를 구두 또는 사본(복사)해 신 전 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했다는 점에 대해 영장판사들이 상세히 진술했다"며 "이 부분 사실 관계는 충분히 확인됐으므로 압수수색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서울중앙지법 사건은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이므로 서울서부지법 관련 사건, 헌재 관련 사건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므로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어떻게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영장판사들이 영장청구시 소명자료로 제출된 수사기록에서 판사들 관련 상세 수사 상황(판사 관련 진술이 얼마나 나왔는지, 계좌추적 상세내용 등)을 빼내 법원행정처로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렇게 파악된 수사정보가 판사 수사 확대를 어떻게든 막기 위해 수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뇌물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았다고 본 판사들의 가족인적사항을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전달해 차명계좌나 차명폰 압수수색 영장심사에 반영되도록 영장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뒷받침할 행정처 내부 문건도 다수 확보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이 행위는 '법관 비위 대처 방안 마련을 위한 법관 비위 정보 수집'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그럼에도 현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주관적 추측으로 이 행위를 법관 비위 대처 방안 마련 목적이라고 전제했고, 그 전제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사건은 죄가 안된다고 단정하고 기각사유로 명시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사안의 성격상 같은 해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이 '법원 집행관 비리' 수사기록을 빼돌린 의혹과도 별다를 바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수사 확대를 막으려던 수사대상이 판사 뇌물 비리 수사냐(중앙), 집행관 뇌물 비리 수사냐(서부) 차이일 뿐 법원 관련 인물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는 것으로 같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서부지법 사건과 달리 '기관 내부의 정보 공유'라서 죄가 안 된다는 현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 주장은 그야말로 '재판의 독립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인 주장"이라며 "서울중앙지법 사건에서도 수사기밀이 기관 외(법원행정처)로 유출됐고, 같은 법원 소속 판사들 여러 명이 추가적인 금품수수자로 의심받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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