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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만에 밝혀진 5·18 성폭력, 피해자 고백할 분위기 조성해야"

등록 2018.10.31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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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앞둔 5·18 진상조사위서 계엄군·수사관 만행 규명해 단죄 필요

"38년만에 밝혀진 5·18 성폭력, 피해자 고백할 분위기 조성해야"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보안사 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최소 17명이라는 정부 합동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로 꾸려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5·18 당시 군이 자행한 성폭행은 17건, 성추행·성가혹(고문)행위는 45건이라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가해자 추정이 가능하지만, 조사권이 없어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향후 출범해 관련 조사를 이어갈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성폭력 가해자 입증과 피해자 보호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김철홍 공동조사단 팀장(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장)은 "피해자들은 아픈 기억을 꺼낼 때 상당히 힘들어했다. 국가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자들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향후 조사에서도 2차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심료 치료 환경 조성, 면담 과정에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의 동석 등 피해자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피해자 명예를 회복시키고 아픔을 치유하는 게 최우선이다. 가해자 규명은 부수적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정 공동조사단 조사관(인권위)도 "피해자들은 현재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고, 가족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38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사안을 용기 내 고백하기 위해선 피해자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조사관은 가해 군인에 대한 조사권 한계를 언급한 뒤 "집단 성폭행이 다수 있었던 만큼, 계엄군의 양심고백이 중요하다"며 "이번 정부 첫 조사가 가해·피해자들의 광범위한 증언과 국가의 사과·재발방지 약속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위촉된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장은 "계엄군의 성폭력은 국가 권력이 성 차별과 성 학대를 구조적으로 생산해 낸 국가 폭력이다. 이를 38년 만에 국가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진상조사위에서도 관련 조사를 이어갈텐데, 결국엔 '내 잘못이 아닌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사회·문화적 분위기 조성이 선행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진상을 밝혀야만, 국가 차원의 치유·보상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국가 차원에서 계엄군의 성폭력 행위가 공식 확인된 만큼, 전수조사 등으로 여성에 대한 범죄 행위를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며 "가해자 규명과 단죄가 이뤄져야 이같은 만행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도 "가해자들의 이름과 인상착의, 계급, 부대 등을 철저히 추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는 그 진실이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확인해주길 바란다"며 "피해 여성들에 대한 사려 깊은 치유와 회복의 과정도 지속적이며 심층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8년만에 밝혀진 5·18 성폭력, 피해자 고백할 분위기 조성해야"


 한편 공동조사단은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출범하는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 이번 조사 결과를 넘긴다.

 하지만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위원 9명 중 3명(자유한국당 몫)이 위촉되지 않아 법 시행일 40여 일이 지난 시점에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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