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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두문불출 글 쓴다, 서울국제도서전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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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9 17:51:39
'눈' 3부작 마지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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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요즘 가장 뜨거운 매체가 유튜브라고 한다. 이 매체가 어디까지 깊게 들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고 평생을 책 속에서 살아왔다. 목차를 보고 당장 필요한 부분은 페이지를 찾아서 볼 수 있다. 도서관에 간다면 수십권의 책을 쌓아서 내가 필요한 책을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종이책이 오히려 더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한강(49)이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작가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이 배고파있다고 생각한다"며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를 강조했다.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총합이 아니라 일정한 감촉이 있는 매체를 우리가 그리워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행위가 많다. 밑줄을 긋고 뒤집어서 두기도 한다. 가방에서 꺼내기도 하고 집에 꽂아놓고 20~30번씩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매체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패션의 완성이 책'이라는 말이 있더라. 요즘 연예인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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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증강현실(AR)의 시대가 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우리가 증강현실을 경험한다고 해도 정말로 누군가의 내면, 생각과 감정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사람의 영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데, 문학작품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의 내면에 끝까지 들어가볼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한 작가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다. 도서전의 주제는 '출현'이다. 도서전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책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책 너머의 세계를 조망하겠다는 의미다. "사라지고 있다는 종이책과 문학이 우리에게 새롭게 출현해올 것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모든 사람이 공유했던 주제들이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 슬픔,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주제다. 그래서 문학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할 수 밖에 없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로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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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이다. "나를 만들어줬고, 살게 해줬던 책들의 기억을 갖고 책 한 권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책을 읽지 못할 때에도 가방에 책을 한 권 이상 갖고 다녔다. 그것 자체가 나에게 안도감을 준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내게 필요한 것은 연필이다. 다시 펼쳤을 때 다시 읽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메모를 쓰기도 했다. 그런 순간이 우리를 구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때 책과 우리는 온전히 만난다. 마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정말 만남이 이뤄진다. 그런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다.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파는 장소, 책을 보는 도서관·서점에 가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다 여기 있는 것이다. 직육면체 커버로 닫혀진 세계 속에 어떤 인간이 있는 것이다. 그게 언제나 특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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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숲에서 열린 '미래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작품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로 내용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한 작가의 소설은 약 100년 뒤에 공개된다. '미래 도서관'은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이 이끄는 프로젝트다. 2014년부터 매년 1명씩 총 100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이들의 작품을 오슬로 외곽 숲 100년된 나무 1000그루를 이용해 2114년부터 출판한다.

"사실 100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득해진다. 노르웨이에 도착했을 때 심은지 오래된 나무들, 종이책으로 만들어질 그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좀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95년 뒤에 작가 100명을 위해 베어져야 한다. '100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런 시간 단위로 일하고 계획을 세운다'는 숲관리인의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뭔가 오랜 시간이 있는 숲이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미래를 생각해야만 되는데 내가 그렇게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다. 100년 뒤에 어떤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나를 매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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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서관'을 기도로 생각했다. "모든 것이 확실할 때는 우리는 기도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을 때 기도한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100년 뒤를 기약하고, 지금 운영하는 사람들도 죽어서 사라진다. 새로 태어난 사람이 원고를 옮길 것이다. 어쩌면 덧없다고도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눈' 연작소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집필 중이다. "국제도서전이 끝나면 두문불출하고 글을 쓰려고 한다. 눈 마지막 3부는 '소년이 온다'와 관련이 있다. 그 소설이 어떻게 나를 변화시켰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자꾸 '소년이 온다'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여름 안에 완간하려고 한다."
 
"책 속에서 계속 만나요"라며 약 200명의 참석자에게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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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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