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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유감"이라더니 돌변한 러…무관 발언은 개인 입장?

등록 2019.07.24 19: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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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 침범 증거 명백한데 입장 뒤집고 '잡아떼기'

"기기 오작동" vs "의도된 행동" 진실공방 불가피

국방부 "러 사실 왜곡…어제 유감 입장과도 배치"

러 차석무관 개인 입장이었는지 여부 해석 분분

靑, 공식입장 확인 안 됐는데 성급한 발표 논란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2019.07.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2019.07.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종택 김성진 기자 = 러시아가 주한 대사관을 통해 군용기 영공 침범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지 하루 만에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한국 조종사의 위협비행을 문제 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한 자리에서 오고간 대화를 토대로 "기기 오작동이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상반돼 이번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 측과의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24일 "오늘 주러시아 무관부를 통해 어제(23일) 자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의 공식 전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측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일뿐만 아니라 어제 외교경로를 통해 밝힌 유감 표명과 정확한 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러시아 A-50 조기경보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기기 오작동 때문이며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과 함께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어제 러시아 차석무관이 국방부 정책기획관과의 대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또 "이번 비행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고 중국과의 연합 비행 훈련이었다"며 "최초 계획된 (비행) 경로대로였다면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러시아 무관이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 발표로 러시아의 독도 영공침범이 외교적인 해결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기 오작동'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서 러시아 측의 외교적 사과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영공 침범 경위에 있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러시아 대사관 측의 유감 표명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AP/뉴시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AP/뉴시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하지만 청와대 발표 불과 몇 시간 뒤 러시아 정부가 자국 대사관을 통해 전달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한국 국방부에 전달한 공식 입장은 앞서 러시아 대사관 측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됐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 군항기의 영공 침범 사실을 부인했다. 오히려 한국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정상적인 위협 비행을 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어제 오전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우리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무단 진입했고,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우리 공군기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경고방송 및 차단비행, 경고사격을 실시했고,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독도 영공 침범 당시 우리 측으로부터 경고방송과 차단비행 조치를 당하고 경고사격까지 받으며 한 차례 물러났지만 재차 독도 영공을 진입한 것은 단순 기기 오작동으로 보기에는 의도성이 짙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나아가 러시아 정부가 자국 군항기의 비행을 정상적인 훈련의 일환이었다며 영공 침범 사실 자체를 공식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6개월 만에 해결된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갈등 사례에 견줘 또다시 주변 강대국과 장기적인 군사 갈등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측의 조의문, 조화 전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6.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국방부는 "어제 러시아가 무관을 통해 우리 측이 갖고 있는 자료를 공식 요청했기 때문에 실무협의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조기경보통제기의 기기 오작동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자료를 제공하면 정보노출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검토해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언론에 이미 영공 침범 시각 등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윤 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소개한 발언 내용이 러시아 무관의 개인적인 입장인지, 공식적인 입장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군 소식통은 "윤 수석이 국방부 보고 내용을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며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25일 러시아 대사관과 영공 침범과 관련해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실무협의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좌표와 이동 경로 등 러시아 측이 요구한 자료를 토대로 영공 침공 여부와 기기 오작동 주장에 대해 반박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늘 오전 7시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늘 오전 7시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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