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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전설 이동국 "몸보다 정신이 약해져 은퇴한다"

등록 2020.10.28 13: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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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10대 축구 천재'로 등장

월드컵마다 '불운의 아이콘'으로

2009년 전북 현대 입단 후 K리그 7회·ACL 1회 우승

내달 1일 최종전서 은퇴 경기

[서울=뉴시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서울=뉴시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전주=뉴시스] 안경남 기자 = 23년 축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이 몸보다 정신적으로 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이 부상으로 그만둔다고 짐작하고 물어보셨는데, 몸 상태는 회복해서 경기에 뛸 수 있는 아주 좋은 상태다. 부상 때문에 그만두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무릎 부상으로 조급해하는 저 자신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며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공격수다.

1998년 혜성 같이 등장한 이동국은 고교 졸업 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해 당시 차범근 전 감독이 이끌던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 깜짝 발탁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벤치만 지킬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이동국은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네덜란드와 경기에 출전해 한국 최연소 월드컵 출전 기록을 작성했다. 그의 나이 만19세2개월로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폭격에 한국은 0-5 완패를 당했지만, 후반 교체로 나간 이동국은 세계적인 수비수들을 상대로 강력한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 등 당찬 모습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꽃길만 걸을 것 같던 이동국은 자국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선수 생활의 첫 시련을 겪었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의 수비 가담 능력을 지적하며 그를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서울=뉴시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백승권 단장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서울=뉴시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백승권 단장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이동국은 "2002년 월드컵은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였다며 "당시 심정을 항상 기억하면서 살았는데, 지금까지 운동할 수 있었던 보약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악연은 4년 뒤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계속됐다. K리그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이동국은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눈물을 흘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도 대회 전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우루과이와 16강전에 교체로 나와 경기 막판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슈팅이 발등에 제대로 얹히지 못했다.

'음주 파동'도 이동국 축구 인생 옥에 티로 남아있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 물의로 1년간 대표선수 자격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또 그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에 입단하며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 이어 두 번째 유럽 도전에 나섰지만, 적응 실패로 1년 만에 짐을 쌌다.

이동국은 2009년 최강희 감독의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축구 인생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북은 이동국의 화력을 앞세워 K리그 우승 7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 K리그와 아시아 무대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거듭났다.
[서울=뉴시스] '라이언킹' 이동국(41·전북)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서울=뉴시스] '라이언킹' 이동국(41·전북)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228골 77도움을 기록했다. 전북 소속으로는 360경기 164골 48도움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5경기에서 37골을 넣어 이 대회 최다골 보유자다.

이동국은 프로 무대와 대표팀에서 뛰며 총 844경기에 출전해 한국 선수 역대 최다인 344골을 넣었다.

그는 "한 골 한 골이 다 소중하지만, (2004년) 독일전 발리슛을 했을 때 기억이 가장 많이 난다. 공이 발에 맞는 찰나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당시 독일의 골문을 지킨 수문장은 전설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이었다.

무엇보다 이동국은 전북에 '우승 DNA'를 장착시킨 대표적인 선수다.

지난해 울산 현대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둔 뒤 전북 후배들 하나 같이 '선배' 이동국을 원동력으로 꼽은 이유다. 올해도 전북은 최종전을 남기고 울산에 승점 3점 앞선 1위에 올라있다.

이동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은퇴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울 수 있다. 마지막 트로피를 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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