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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예지·이아진, 14년 만에 '에이미'로 만난 1대 '애니'들

등록 2020.11.11 14:08:42수정 2020.11.16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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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시뮤지컬단 초연 1대 '애니'

뮤지컬 '작은 아씨들'로 재회

24일부터 12월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뉴시스] 이아진, 전예지. 2020.11.11. (사진 =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아진, 전예지. 2020.11.11. (사진 =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에이미를 주로 수식하는 표현인 '귀엽다' '사랑스럽다'에 속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자신의 인생에 집중한 그녀의 모습에서 정당성을 찾는 중이에요."(전예지)

"에이미에게 닮고 싶은 점은, 자기 생각에 대한 확고함이에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죠."(이아진)

1868년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펴낸 소설 '작은 아씨들'은 여전히 새롭다. 최근 그걸 발견해주는 캐릭터는 막내 '에이미'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2020)의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에이미 등 곳곳에서 이 캐릭터의 주체성, 현대성에 주목하고 있다.

욕망에 충실한 에이미는 그간 가장 미움을 받아왔던 캐릭터지만, 현실적이고 야무진 면모가 부각되며 입체적인 인물이 됐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오는 24일부터 12월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작은 아씨들' 역시 새로운 '에이미'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계에서 당당함과 영민함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예지(26)와 이아진(24)이 에이미를 번갈아 연기한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전예지는 "에이미를 '귀엽게 연기 해야지' '못되게 보이지 않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에이미만의 인생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남동생을 둔 장녀 이아진은 실제 삶에서 에이미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첫째 '메그' 혹은 둘째 '조'에게 공감이 됐다. 특히 원작에서 에이미가 조의 원고를 불 태우는 장면에선 억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스스로가 누군지 모르고,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던" 자신과 달리, 본인의 삶을 적극 개척하는 에이미에게서 매력을 발견했다.

사실 최근 이아진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차미'의 '차미호' 등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며 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런 역할을 만나면 반갑죠. 에이미의 성장 과정도 잘 보여주고 싶어요."

전예지와 이아진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역시 서울시뮤지컬단이 국내 초연한 가족 뮤지컬의 고전 '애니'에서 타이틀롤에 더블 캐스팅(당시 이아진은 본명 이지민으로 활동)됐었다. 1대 애니들이다. 작품을 통해 만나는 건 14년 만이지만, 중앙대 선후배 사이라 학교에서 자주 만났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작은 아씨들' 에이미 전예지. 2020.11.11. (사진 =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작은 아씨들' 에이미 전예지. 2020.11.11. (사진 =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email protected]

"같은 역할을 맡는 배우에 대해 궁금한 건 당연하잖아요. 누구랑 같이 할 지 기대도 되고요. 언니가 함께 한다고 해서 의지가 될 곳이 있다고 생각했죠."(이아진), "아진이가 더블이라고 해서 '재미있겠다' '편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전예지)

애니를 연기하던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마냥 재미가 있었다"고 입을 모으며 웃었다. "연기를 했다기 보다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시험 때라 연습실에서 문제집 들고 다니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놀았던 기억이 나요. 저희에게 좋았던 추억이죠."(이아진)

하지만 애니에서 에이미로 성장하는 과정은 두 배우사 사뭇 다르다. 중견 뮤지컬배우 이정열의 딸인 그녀는 2004년 '금강'으로 처음 무대를 밟은 뒤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차곡차곡 성장해왔다. 

처음에 부모는 이아진의 연기를 조심스레 반대했다. "어릴 때 쌓는 추억은 평생 한번밖에 없고, 연기는 커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기와 공부, 둘 다 잘하고 싶었던 이아진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선배님들이 조그맣던 열살짜리가 스무살이 넘어서 같이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예전까지는 직업란에 학생이라고 썼는데, 이제 배우가 진짜 업이 됐죠. 책임감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뮤지컬 '그날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하던 이제 그녀는 '키다리 아저씨', '차미' 등을 거치며 아역 티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는 10대에서 시작해 4년 간의 성장 과정을 보여줘요. '차미'의 차미호는 저보다 서너 살 많은 역이었죠. 성인 배우가 되고, 도전할 수 있는 작품도 많아진 만큼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반면 전예지는 데뷔작인 '애니' 이후 또래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학업에 전념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치열할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주인공 페기 소여에 발탁, 신데렐라가 됐다. 두 번째 출연작이자, 성인 배우로서 첫 출연작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느낌이 크다고 했다.

"그간 제 삶을 배우에만 포커스를 두고 달려오지는 않았어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것을 배웠죠. 일반 중고를 다니다 고3 여름 방학 때, 다시 연기를 배우고 싶은 거예요. 이후 대학에 들어갔고 뮤지컬을 하게 됐죠."

전예지는 그간 개성 강한 작품의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리나 마이어' 등이다. 그런데 그녀는 "돌아보니, 이런 캐릭터를 선택해온 것이지 부러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선택에 겁이 없어요. 쉽지 않아서 재미있을 거 같은 거, 망가지는 것,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겁은 없었죠."

[서울=뉴시스] 뮤지컬 '작은 아씨들' 에이미 이아진. 2020.11.11. (사진 =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작은 아씨들' 에이미 이아진. 2020.11.11. (사진 =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email protected]

이처럼 두 배우의 다른 개성과 성향 덕에 이번 '작은 아씨들'의 에이미의 결도 더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작소설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마치 가(家)의 헌신적이고 자상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도덕적 가르침 속에 온정이 넘치는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 성격이 각기 다른 네 자매가 자신들의 꿈을 키우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린다. 시대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이 작품에 대해 전예지는 "선택의 여러 갈래를 보여줘서 좋다"고 했다.

이아진은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영화를 봤을 때 현대적이고 신선한 해석이 좋았어요. 책만 읽었을 때, 해소되지 않은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면서 "'왜 고전이 영화화될까'에 대한 답을 얻었죠. 새로운 발견에 중점이 맞춰졌다"고 봤다.

"여성이 주체로서 그려진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까 '애니'도 그렇고요. 하하. 여성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의 여인 또는 부인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선배님들이 많이 노력해주신 덕이죠. 다양한 이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두 배우에게 원작과 뮤지컬 그리고 세상 속 모든 에이미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나랑 친해지자. 너는 알아가고 싶은 존재야. 지금도 좋아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거 같아."(이아진) "삶이라는 전쟁에서 고민하고 싸워나가는 에이미. 힘내라! 지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전예지)

한편 '작은 아씨들'은 서울시뮤지컬단은 고전창작 시리즈의 올해 작품이다. 뮤지컬 '영웅'의 작가 한아름,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작곡가 박천휘, 뮤지컬 '레드북'의 연출 오경택 등 탄탄한 창작진이 뭉쳤다. '조' 역은 이연경과 유리아, 메그 역은 이혜란, 베스 역은 서유진이 연기한다. 마치 가의 이웃이자 둘도 없는 친구 '로리' 역은 허도영과 기세중이 나눠 맡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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