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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설경구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등록 2022.04.26 0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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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출연

학폭 가해자 아버지 '강호창' 역 맡아

아들 지키려 선 넘고마는 아버지 역

"영화로 못 바꿔도 계속 건드려야 해"

[인터뷰]설경구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일단 전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아요. 근데 모르죠. 이건 그냥 경험해보지 않고 말하는 제 생각일 뿐이니까요. 저도 막상 그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들처럼 행동할 수도 있어요. 그게 참 공포스러운 거죠."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감독 김지훈)에서 배우 설경구(55)는 학교 폭력 가해자의 아버지 '강호창'을 연기했다. 변호사인 강호창은 어느 날 학교에서 전화를 받는다. 아들 한결이 문제로 얘기할 게 있다고. 그렇게 강호창과 함께 몇몇 아이들의 부모가 학교장을 만나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한결이의 담임 교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한 아이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 시도를 했고,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유서엔 이 자리에 있는 부모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강호창은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게 나선다. 25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설경구는 "머리로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겠다고 말하겠지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무섭다"고 했다.

영화는 강호창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제목 그대로 가해자 부모에 관해 다루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 메인 홍보 문구가 이렇다.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을 저지른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야 마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난제가 수십년 세월에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단면을 상기한다. 설경구는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꾸준히 건드릴 순 있다"고 했다.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잖아요. '부모들이 당신 자식이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앴다'고요. 저도 그렇게 봐요."

그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당신이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할 거냐고 묻는 작품이 아니라 악마가 돼가는 부모를 고발하는 영화"라며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을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설경구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강호창이 잘못된 길을 가는 건 애끓는 부정(父情) 탓이다. 설경구도 자식이 있는 아버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은 아버지로서 경험한 것들이 강호창을 연기하는 데 영향을 줬을 거라고 추측하게 된다. 그러나 설경구는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과 강호창을 연기하는 건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나도 부모이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마음이 기본 바탕이 됐을 순 있지만, 나 개인을 강호창에 대입하진 않았다. 시나리오에 충실해서 오직 강한결 아빠 강호창으로서 상황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엔 설경구 외에도 천우희·문소리·고창석·강신일·김홍파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특히 문소리와는 '스파이'(2013) '오아시스'(2002) '박하사탕'(2000) 등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가 가해자의 아버지 역할, 문소리는 피해자의 어머니 역할이었다. 평소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절친한 동료 사이이지만 이번 영화에선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문소리가 연기하는 피해자 어머니 역이 슬픔을 내내 머금고 있는 역할이라 쉽게 말을 걸기 어려웠다고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이더라고요. 감히 말을 못 붙였죠. 그걸 지켜줘야 할 것 같았어요. 간단한 대화 외엔 사적인 대화 안 했어요. 그게 저희 호흡이에요. 좀 이상한 호흡이죠."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오달수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사태에 휘말리며 5년만에 개봉하게 됐다. 지난해 말에 개봉 예정이었던 '킹메이커'는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올해 초에 개봉했다. 영화 '야차'도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넘어가 이달 공개됐다. 설경구는 이렇게 올해 4개월 간 영화 3편을 내놓게 됐다.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설경구는 올해 개봉할 영화가 더 있다. 그는 "정신 없다"며 "어서 빨리 영화 개봉 현장이 정상화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극장에서 음식도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서 빨리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야죠. 정상화 될 거라고 봐요. 될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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