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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하늘 "로코의 여왕도, 센언니도 놓치고 싶지 않죠"

등록 2022.04.28 08: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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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김하늘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김하늘(44)은 tvN 종방극 '킬힐'에서 워맨스 로망을 이뤘다. 그 동안 남자 배우들과 주로 로맨스 연기를 해 여배우들과 교감하고 싶었다. 킬힐은 치열한 쇼호스트 세계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촬영 전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특히 대선배인 이혜영(60), 김성령(55)과 처음 연기할 때는 떨리곤 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긴장해 NG도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어느 순간 현장에 후배들이 많아졌는데, 이번엔 "막내 역할을 잘해서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말랑한 로맨스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 늘 로맨스가 목마르면서도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우현을 이해하고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리허설하며 PD님과 매순간 얘기하면서 연기한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 굉장히 어려웠던 만큼 잘하고 싶었다. 끝나고 나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내 안에서 부딪히며 우현이를 표현하고 나니 또 한 번 성장한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한 발짝 올라갈 수 있는 밑받침이 되고, 용기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김하늘은 욕망으로 가득 찬 쇼호스트 '우현'을 연기하며 고충이 많았다. "어렵지 않은 신이 없었다"고 할 정도다. 우현은 평사원에서 UNI 홈쇼핑 부사장이 된 '모란'(이혜영)처럼 되고 싶어 했는데, 처음 극본을 봤을 때 '이렇게 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했다. 우현이 욕망을 이루기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욕심에는 끝이 없지 않느냐. 앞으로 더 향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욕망만을 위해 나아가는 건 '언젠가 부러진다'는 걸 알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김하늘 "로코의 여왕도, 센언니도 놓치고 싶지 않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시어머니에게 따귀 맞는 신을 꼽았다. "기가 막혀 울면서 웃는 장면이다.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데 그렇게 격양돼서 한 적이 없다. 이런 신이야 말로 마음 속에 계속 가지고 있다가 현장에서 딱 붙었을 때 첫 테이크에 하는 편"이라며 "어떤 감정으로 어디까지 나올 줄 몰랐는데, 너무 잘 하고 싶어서 긴장했다. 시어머니한테 소리 지를 때 삑사리가 나왔는데, 그동안 연기 해보지 않은 감정이어서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부들부들 떨면서 하루 종일 악다구니 쓰는 신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 '못 하겠다'고 했다. 노도철 PD님이 스피커로 '하늘씨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기운을 내'라고 했다. 바닥 끝까지 체력이 떨어져 탈진했고, 혜영 선배한테도 '못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무너졌는데 갑자기 에너지가 나더라. 그만큼 현장에서 팀워크가 좋았고 PD님이 믿어줬다. 결과적으로 그 신도 잘 나왔다. 우현은 나 혼자 잘해서 된 캐릭터가 아니다. 응원해준 덕분에 어려운 신을 잘 마무리했다."

김하늘은 외형적인 변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매 작품 80% 이상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10년 넘게 일한 스타일리스트와 이렇게 많이 부딪친 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신마다 '어떻게 옷을 입을까?' 고민했다며 "아주 어렸을 때 빼고는 칼단발로 커트를 한 적이 없다. 변신을 위해 머리를 짜르고 립스틱도 진하게 발랐다"고 귀띔했다. UNI 홈쇼핑 사장 '현욱'(김재철) 부인 '신애'(한수연) 뺨을 때릴 때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킬힐을 신었다"며 "우현은 신애보다 힘이 세고, 캐릭터성이 강해 보여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쇼호스트 연기 어려움도 토로했다. 전작인 '18어게인'(2020)에선 아나운서 역을 맡아 "발음, 호흡 등의 연습을 많이 했다"며 "정말 아나운서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회상했다. 반면 쇼호스트는 아나운서와 비슷하지만, "배워서 될 부분이 아니었다. 혼자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짚었다. "쇼호스트는 대본이 없고, 스스로 제품을 연구 해 본인 생각을 어필한다"며 "극중 자연스럽지 않은 대사 안에서 쇼호스트처럼 표현해야 해 갭이 있었다. 어려웠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쇼호스들이 존경스러웠다. 1시간 넘게 계속 얘기하면서 제품을 어필하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김하늘 "로코의 여왕도, 센언니도 놓치고 싶지 않죠"


김하늘의 안방극장 본귀는 '18 어게인'(2020) 이후 2년 여만이다. 킬힐은 1회 4.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 줄곧 2~3%대로 부진했다. 마지막 14회도 4.7%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첫 방송이 2주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초 16회로 기획했지만, 첫 방송을 며칠 앞두고 14회로 줄어 아쉽지는 않았을까. "사실 나도 놀랐다"며 "아쉽기도 했는데 이해됐다. 편성은 일찍 잡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너무 늦춰졌다. 스태프들이 계속 코로나19에 걸려서 도저히 (16회까지) 마칠수 없는 현실에 부딪쳤다"고 털어놨다.

"작품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늘 내 꿈이고 욕심"이라며 "킬힐도 '우현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우현을 표현할지 설렘과 우려 안에서 연기했는데, 앞으로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다. 완성해서 박수받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박수 받는 배우가 되는 게 내 욕심이자 욕망"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늘은 어느 덧 데뷔한지 27년 차가 됐다. 1996년 패션 브랜드 '스톰' 모델로 데뷔했고, 1998년 영화 '바이 준'(감독 최호)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동감'(감독 김정권·2000) '동갑내기 과외하기'(감독 김경형·2003) '청춘만화'(감독 이한·2006) '6년째 연애중'(감독 박현진·2008)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2016) 등 로맨스·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를 비롯해 '피아노'(2001~2002) '로망스'(2002) '신사의 품격'(2012) '공항 가는 길'(2016) '바람이 분다'(2019) 등도 마찬가지다.

"내 자신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학창시절 눈에 띄지 않았고 꿈도 없었다. 항상 내가 잘하는 게 뭔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연기자가 된 후 내 자신을 발견하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배우라는 직업이 소중하다. 남은 배우 인생에서 '로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계속 가지고 가고 싶다. 안 해본 캐릭터가 정말 많더라. 장르물이든 멜로물이든 여러 작품을 하고 싶다. 그 안에서 '멜로의 여왕' '센 언니' 등의 수식어 모두 갖고 싶다. 작품마다 늘 들었으면 좋겠다. 희망사항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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