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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상민 장관 '면(免)탄핵' 했을 뿐 '면책'은 아니다

등록 2023.08.02 16:10:54수정 2023.08.03 09: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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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을 지난달 25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참사 발생 269일,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부터 167일 만이다.

헌재는 "이 장관은 행정안전부의 장으로 사회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이 사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결정 근거를 전했다.

결과적으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이 장관이 재난대응기구의 설치·운영 및 재난관리 총괄·조정 등에 관한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청구인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전 재난관리주관기관 지정부터 사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신속한 설치, 또 국회에서 논란이 된 사후 발언 등 모든 쟁점에서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다. 파면까지 정당화 될만한 중대한 법 위반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아니다. 4명의 재판관이 '별개 의견'을 냈고, 이들은 이 장관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지적했다.

이들은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약 85분에서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화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장관의 사후 발언을 지적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라고 했다.

특히 정정미 재판관은 "공직자가 하는 말의 무게는 그가 가진 권한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적었다. 공직자라면 자리의 무게를 늘 인식하고 언행에 신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헌재는 이 장관의 행동과 발언이 탄핵까지 갈 사유라고 보지 않았을 뿐, 참사 발생 후 장관으로서 보여준 모습에 분명히 부적절하고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지 정치적, 도덕적 책임까지 면죄부를 주진 않은 것이다. 업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헌재가 내린 과제를 곱씹어 국민적 신뢰를 되찾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향후 무분별한 탄핵소추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탄핵심판은 진보성향으로 평가 받는 재판관들도 단 한 명의 반대의견 없이 모두 기각에 손을 들어주면서 이 장관 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실 야권 내부에서도 탄핵 기각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볼 수 있는 탄핵안 추진으로 '재난 컨트롤 타워'인 행안부 장관의 업무 배제가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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