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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미 지역 언론 위장 가짜 뉴스 사이트 여럿 가동

등록 2024.03.08 10:41:11수정 2024.03.08 1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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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사이트 쉽게 제작

진짜 뉴스에 가짜 뉴스 섞어 유포

미 대선 앞둔 정보 공작에 앞장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 건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폭사한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던 곳이다.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에도 회사가 계속 운영되면서 최근 미국 지역언론을 위장한 언론 매체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2024.3.8.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 건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폭사한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던 곳이다.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에도 회사가 계속 운영되면서 최근 미국 지역언론을 위장한 언론 매체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2024.3.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최근 미국의 지역 언론을 위장한 인터넷 언론을 운영하면서 대선을 앞둔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D.C. 위클리, 뉴욕 뉴스 데일리, 시카고 크로니클과 마이애미 크로니클 등은 미국의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 매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가 만든 것들이다. 언론을 쉽게 믿는 미국인들 상대로 허위 정보를 확산하려는 새로운 첨단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이들 가짜 매체들을 발견한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허브의 공동 책임자 패트릭 워렌은 첨단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덕분에 “가짜 언론을 만들기가 쉬워졌다. 보다 정교한 가짜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애미 크로니클 웹사이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제호 아래 “1937년 이래 플로리다 뉴스를 보도해왔다”고 쓰여 있다.

폭사한 프리고진 운영하던 허위 선전 회사가 제작

이 사이트에는 정확한 내용의 기사들 사이에 가짜 뉴스가 섞여 있다. 지난주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무부 정무차관이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 뒤 미국의 러시아 반체제 인사 지원 정책 변화를 밝혔다는 내용의 “녹음 유출”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정보 당국자에 따르면 녹음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다.

이 사이트를 만든 것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폭사한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 관계자들이다. 이 회사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었다. 프리고진이 숨진 뒤에도 그의 정보 공작 회사가 계속 운영되고 있는 점은 러시아가 정보전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D.C. 위클리가 러시아와 연관됐음이 폭로되면서 유사한 매체들이 속속 생겨났다. 시카고 크로니클과 뉴욕 뉴스 데일리가 1월 18일 시작됐다. 뉴욕 뉴스 데일리는 뉴욕시 뉴스를 오래도록 다뤄온 대중지 데일리 뉴스를 모방한 것이다.

이들 웹사이트들은 모두 워드프레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구축됐기 때문에 디자인이 유사하다. 이들은 오래전에 미국에서 사라진 언론 매체의 로고와 제호를 모방하고 있다. 1985년~1907년 발행된 시카고 크로니클은 적자를 거듭한 끝에 폐간한 매체다.

위장 매체들은 주요 발생 기사들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일견 시사문제를 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마이애미 크로니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대통령이 콜로라도 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웹사이트들은 일부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마이애미 크로니클의 자사 소개 페이지가 디자인 요소만 담겨진 채 아무런 내용이 없는 점이 대표적이다. 일부 사진의 파일명이 러시아어로 돼 있기도 하다. 또 모든 사이트에서 연락처 정보가 누락돼 있다.

가짜 기사 소셜 미디어 통해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

이들 위장 사이트들은 허위 기사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이 방식을 자주 활용했다. 유명하지 않은 매체에 가까 기사를 실은 뒤 이 기사를 온라인과 러시아 국영 매체 등 다른 언론 매체가 보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D.C. 위클리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관련 기사를 여러 건 실었다. 그중 하나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이 뉴욕을 방문해 110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샀다는 내용이다.

이 사이트는 기자가 17명이라고 밝혔으나 전부 가짜다. 위 기사를 쓴 제시카 데블린이라는 기자의 사진은 나치에 맞서 싸운 유대인 여성에 관한 책을 쓴 주디 배털리언의 사진이다.

여기에 실렸던 기사들이 로이터와 폭스뉴스, 러시아 국영 영어뉴스 통신사 RT 등 실제 언론 매체에 실렸다가 삭제됐다. 그러나 오픈AI사의 챗봇은 여전히 이 기사를 인용하기도 한다.

뉴욕 뉴스 데일리는 최근 임박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대해 푸틴의 승리를 단정함으로써 미국이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러시아 국영 매체 소속 언론인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뉴욕 뉴스 데일리는 지난주 X에 올라온 가상 인물을 근거로 한 기사를 실었다. 할리우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관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이 발표됐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을 처음 올린 X 계정 주인은 브라이언 윌슨으로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제작자로 소개돼 있다.

이 계정에 올라 있는 글은 모두 85건으로 대부분 2월 이틀 동안 올라온 것들이다. 일주일 뒤 갑작스럽게 젤렌스키 전기 영화 “승리의 대가” 제작 합의가 이뤄졌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지난주에는 출연 예정인 척 노리스와 돌프 룬드그렌이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이들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은 동영상 공유 앱이 출처로 제시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관련된 것으로 지목한 곳이다. 파라마운트 제작자라는 X 계정 소유자는 브라이언 윌슨도 파라마운트에 실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X는 뒤에 이 계정을 정지시켰으나 동영상이 텔레그램을 통해 빠르게 유포됐다. 뉴욕 데일리 뉴스에서 보도한 내용이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과잉 지원하는 증거라는 코멘트가 붙었다. 이 내용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뉴스프론트, 폴리트네비게이터 등에도 실렸다.

이들 가짜 기사들은 X, 페이스북, 텔레그램, 레딧, 갭, 트루스 소셜 등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백 차례 재인용된다. 이 기사를 보는 사람이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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