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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반인 모델 세워 속옷 차림 요구…노출 촬영회 가보니

등록 2018.05.24 11:13:56수정 2018.05.24 14: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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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없는 일반인 모델…사진사들도 평범한 직장인

스튜디오 실장이 알음알음 모집하면 회비 내고 참가

비공개 카페에서 사진 공유…"노출 심하면 안 올려"

미성년자 촬영·유포, 성추행 스튜디오들이 문제

"어떤 스튜디오는 실장 고소 당해 징역형 받기도"

[단독]일반인 모델 세워 속옷 차림 요구…노출 촬영회 가보니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스튜디오, 외국인 여성 모델 앞에 카메라를 든 촬영자 서넛이 모여들었다. 란제리 촬영회 소식에 사진사로 신청한 사람들이다. 이날 찍은 사진은 비공개 카페에서 공유하기로 했다.

 "브래지어 끈을 내려서 어깨에 걸치게 해주세요." "의자에 어깨 기대고 다리 벌리고 앉아 보세요."

 모델을 데려왔다는 사람이 매니저 역할을 자청해 촬영자들의 요구를 영어로 전달했다. 여성은 어색한 상황에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촬영자들의 요구에 따라 점점 옷을 벗었고 마침내 속옷 차림이 됐다.

 촬영하는 이들은 중간중간 "다리가 길고 예쁘다", "몸에 문신이 있어 좀 그렇다" 등의 대화를 하며 모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마추어 사진가'라고 칭하는 일반 직장인이었다. 각자 본래의 직장이 있는 40~60대 남성들이다. 이번 란제리 촬영회 소식에 각자 회비 6만원을 지불해 참가했다. 참가자는 스튜디오 실장이 알음알음으로 모집한다.

 모델 역시 전문 모델이 아니다. 촬영회에 여성 모델을 섭외하는 일을 맡는다는 관계자는 "오늘 모델은 한국에서 거주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 여성에게 제안해 섭외한 것"라고 설명했다. 카메라 앞에 선 여성은 이전에 노출 사진 촬영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이며 한국말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들은 약 2시간 가량 촬영을 진행했다. 중간중간 "머리를 움켜잡아 봐라", "침대에 누워 발을 프레임에 걸쳐봐라", "브래지어 한쪽 끈을 내려 왼쪽 어깨에 걸치라"는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촬영이 끝난 후, 촬영자들끼리 서로 찍은 사진을 살펴본 결과 옷이 너무 짧고 속이 비쳐 일부 사진에서는 모델의 음모가 보였다.

 촬영자들은 해당 사진들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지 말자는 내용을 구두로 이야기하고 마무리했다. 이들이 언급한 인터넷 카페는 비공개 공간으로, 이 같은 촬영회에서 찍은 사진들이 공유된다.

 '애호가'들을 위한 이런 형태의 스튜디오 내 노출 사진 촬영회는 꽤 오래 전부터 정착돼 있다. 소위 이 '바닥'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2005년부터 성행했다고 한다. 이날 란제리 촬영회는 건전한 편에 속한다. 모델과 사전에 맺은 계약에 따라 진행했고 부당한 신체 접촉 등 성추행도 없었다.

 그러나 선을 넘은 누드 촬영회가 열리는 스튜디오들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린 여자애들이 뭘 모르고 모델을 하겠다고 오면 면접 단계에서부터 잘 구슬려 누드를 찍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모가 만족스러운 수준의 모델이 아니면 (섭외해 온) 스튜디오 실장이 욕을 먹기 때문에, 야하게 수위를 높여서 촬영자들을 부른다"고 전했다.

 비공개 누드 촬영회가 진행될 경우 스튜디오 실장과 모델 사이에서는 사진 유출 금지를 내용으로 한 계약서가 작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계약서 안에는 누드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실장만 계약서를 보관하고 모델은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촬영자들이 개별적으로 사진을 유출하거나 음란 사이트에 판매하는 일이 발생해 모델이 피해를 입곤 한다.
【서울=뉴시스】 유명 유튜버(유튜브용 콘텐츠 제작자) 양예원(24·여)씨가 아르바이트 광고에 속아 원치 않는 사진을 강요당하고 최근 음란사이트에 사진이 유출됐다고 폭로했다. (사진 유튜브 갈무리)

【서울=뉴시스】 유명 유튜버(유튜브용 콘텐츠 제작자) 양예원(24·여)씨가 아르바이트 광고에 속아 원치 않는 사진을 강요당하고 최근 음란사이트에 사진이 유출됐다고 폭로했다. (사진 유튜브 갈무리)

유튜버 양예원(24)씨 사건과 같이 성추행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의 스튜디오에서는 종종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법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스튜디오에서는 애들(모델들)에게 손을 대고 덮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미성년자를 찍어 문제가 된 곳도 있고, 어떤 스튜디오는 실제로 실장이 고소 당해 징역 1년6개월 형을 받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벌금을 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촬영회 문제는 양씨가 지난 16일 영상을 통해 "2015년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위해 찾은 합정의 한 스튜디오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강제로 노출사진을 찍어야 했다"고 주장하며 촉발됐다. 양씨는 해당 사진이 음란사이트에 유포됐다고도 밝혔다.

 지난 11일 양씨와 같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배우 지망생 이소윤씨도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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