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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년 멕시코 대선판 흔든다…좌파 후보 득세

등록 2017.02.13 18: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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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내년 멕시코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시티 전 시장. 2017.02.13

【서울=뉴시스】내년 멕시코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시티 전 시장. 2017.02.1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때리기’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좌파 야당 정치인의 지지율 상승을 부르는 등 내년 멕시코 대선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시티 전 시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행된 여론 조사결과 뚜렷한 지지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 오브라도르 전 시장은 현재 멕시코의 국민 부활 운동(National Regeneration Movement)을 이끌고 있다.

 멕시코 유력 경제일간지 엘 피난시에로가 최근 시행한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33%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작년 11월 이후 4%포인트 상승했다. 또 보수정당인 국민행동당 소속인 마르가리타 자발라를 6%로 앞서고 있다. 자발라는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국민행동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다투고 있다.

 오브라도르 전 시장 지지율이 상승한 데는 멕시코를 상대로 채찍을 휘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이후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이 건립비용을 멕시코인들이 내도록 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촉발했다. 또 지난달 20일 부임 이후 멕시코인 등 불법 이민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멕시코 때리기'는 일방주의 행보를 보이는 강대국 미국을 향한 멕시코 인들의 ‘민심 이반’을 부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러한 민심 이반은 엔리케 페나 니에토 현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분노를 불러 좌파 성향인 오브라도르 전 시장이 뜨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트럼프의 막말은 멕시코인들의 반미 기류를 불러내고 있다. 12일 주말을 맞아 멕시코시티에서는 군중 2만명이 트럼프 미국대통령에 반대하고 반멕시코 정책의 중단과 멕시코의 국가적 존엄성 존중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와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고맙다 트럼프. 멕시코를 단결하게 해줘서!"라는 깃발을 들었다.

 오브라도르도 이러한 반(反) 트럼프 기류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올베라 거리에 모인 멕시코인들, 지지자들, 운동가 등을 상대로 유세를 했다. 그는 “우리는 분노를 자극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이러한 캠페인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 “(미국인들의) 저소득과 실업은 멕시코 근로자들을 채용한 결과가 아니라 결함 있는 정책을 집행한 탓”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2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트럼프 인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서 약 2만명이 참가했다. 2017.02.13

【멕시코시티=AP/뉴시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2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트럼프 인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서 약 2만명이 참가했다. 2017.02.13

 그는 이날 유세를 시작으로 두 달간 미국의 7개 도시를 잇달아 방문한다.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대선 유세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는 멕시코인 35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멕시코 정치 관련 저서를 10여권 이상 낸 오브라도르 전 시장은 경제 성장률을 6%대로 높이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또 미국산 옥수수(corn)와 원유 수입을 줄이는 등 대미 의존을 대폭 낮추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비현실적이고, 보호무역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야권인 민주혁명당 후보로 멕시코 대선에 출마했으나, 펠리페 칼데론에 간발의 차이로(narrowly) 패배했다. 오브라도르는 당시 패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자신을 멕시코의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어 2012년 대선에도 출마해 니에토 현 대통령을 상대로 선전했으나, 지지율 7% 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WSJ은 “오브라도르의 미국 방문은 멕시코 인들을 상대로 트럼프와 맞서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그는 트럼프를 거만하고(arrogant), 전제적(autocratic)이라고 불렀고, 트럼프의 정책이 외국을 (사실상) 침공하는 행위라는 딱지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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