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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공포]녹십자·SK·CJ 백신 자급화 '박차'

등록 2017.02.19 11: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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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을 비롯한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결핵 등 각종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

 이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관련 백신 자급화를 위해 최근 팔을 걷어 부쳤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허가돼 접종되는 백신은 28종으로서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은 19종이며 이 가운데 9종이 국내 기술로 개발돼 국산 백신 자급률은 46%에 불과한 실정이다.

 백신 자급률이 낮으면 백신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빠른 대처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미 매년 결핵 BGC피내용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번질 경우 백신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녹십자, SK케미칼, CJ헬스케어, 일양약품 등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의 국산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게 되면 비교적 비싼 가격의 수입 백신을 대체하고 물량 부족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된다. 

 백신 관련,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은 녹십자다.

 녹십자는 최근 파상풍 백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Td) 백신 '녹십자티디백신프리필드시린지주(녹십자티디백신)'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기술로 Td백신을 개발해 품목 허가를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d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있지만 국산 백신이 없어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께는 상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상당수 국산 대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 '지씨플루에이치파이브엔원(H5N1)멀티주'도 국내 최초로 허가 받았다. 이 백신은 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 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 균주를 사용해 제조한 백신으로 개발돼 아직 사용된 적은 없다.

 녹십자는 이와함께 Td백신에 백일해 항원이 추가된 혼합 백신인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백신 'GC3111' 개발도 진행중이다. 현재 Tdap 백신은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중이다. 최근 성인에게 백일해 감염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산 백신이 없어 사노피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18년에는 백일해 백신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백신은 임상 3상이 1년도 안 걸리는 등 다른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상기간이 짧아 상용화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이 밖에도 기존의 수두백신을 업그레이드 한 '차세대 수두백신' 임상 2,3상과 탄저병 예방백신 2상 등도 진행 중이다. 녹십자는 1993년 상용화한 수두백신보다 업그레이드 된 백신으로 개발중이다.   

 SK케미칼은 대상포진 백신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8월 초 국내 식약처에 대상포진 예방백신 'NBP608'의 허가를 신청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보통 의약품 허가를 신청하면 승인이 돼 제품화되는 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올해 상반기 허가가 되면 하반기쯤에는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하다. MSD의 조스타박스는 지난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후 10년간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에서 독점해 왔다

 SK케미칼은 자궁경부암 백신 'NBP-615'의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 '가다실'·GSK '서바릭스'가 유일하다. 아직 1상, 2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상용화되려면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녹십자 오창공장이 수출물량과 북미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을 2배로 증설했다. 2016.08.03 (사진=녹십자 제공)  photo@newsis.com

 다국적 제약사 제품 의존도가 높은 대상포진백신과 자궁경부암백신이 출시되면 상당수 백신의 국산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케미칼은 이 밖에도 폐렴구균 예방백신의 국산화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폐렴구균 백신은 화이자 '프리베나13'과 GSK '신플로릭스'가 유일하다.   

 SK케미칼은 지난해 7월 식약처로부터 폐렴구균백신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의 시판을 허가 받았으나 아직 출시하지는 않았다. 토종 폐렴구균 백신으로 허가 받은 것은 SK케미칼이 처음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폐렴구균질환인 폐렴에 대해서는 허가 받지 못했고 폐렴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해 현재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프리베나 13'을 보유한 화이자와의 특허소송으로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폐렴에 대한 적응증이 추가돼도 곧바로 출시 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베나13의 조성물특허는 2026년 3월31일, 제법특허는 2027년 4월19일에 만료된다.

 CJ헬스케어는 수족구병 예방 백신 'CJ-40010'과 3세대 두창(천연두) 치료제 'CJ-40011'을 개발 중이다.  

 수족구병은 매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다. 수족구병은 장내에서 서식하는 장내바이러스 중 콕사키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여름과 가을철 영유아들 사이에서 생기는 질환으로 치료제가 나온다면 획기적인 백신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헬스케어는 수족구병 예방 백신을 2가지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개발 중이며 현재 전임상 단계다. 

 3세대 두창 백신이 개발되면 생물학 무기 중 가장 파괴력이 큰 두창 바이러스에 대한 공중보건 위기 방지가 가능해 진다. 두창 바이러스는 1980년 박멸이 선언됐지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 연구를 위해 보관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국책과제로 관련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양약품은 신종 감염병 지카바이러스와 메르스에 대한 치료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5월 지카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에 반응을 보인 후보물질 8개를 발굴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제공한 지카바이러스를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 검정한 결과 보유 중인 8개 후보물질이 치료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생산하려면 별도의 생산시설이 필요하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돼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백신 국산화가 20%도 안 될 정도로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감염병을 미리 대비할 필요성과 중요성이 높아지는 등 백신의 국산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 개발이 인플루엔자나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등 프리미엄 백신 위주로 개발되고 있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사망률이 유독 높은 결핵 백신은 아직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5 세계 결핵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2014년 86명으로 전세계 1위다. 2위인 포르투갈은 25명에 불과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는 "국내 백신 연구가 인플루엔자 등 특정 백신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바이러스나 만성질환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임에도 결핵 예방을 위한 BCG 피내용 백신은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어 매년 수급 불안정 문제를 겪고 있는 등 이에 대한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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