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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버블붕괴' 공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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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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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5일(현지시간) 한 거래인이 굳은 표정으로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금리 인상 속도 등에 대한 우려감으로 폭락했다. 2018.2.6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 증시가 2월 들어 두 차례나 대폭락하면서 버블 붕괴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중앙은행이 빠르게 긴축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최근 연쇄적으로 폭락 사태를 맞았다.

뉴욕 증시 폭락으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2326.25포인트(8.88%)나 떨어져 2만4000선이 붕괴됐다. 지난달 26일 기록했던 역사상 최고점(2만6616.71)에서 10% 이상 주가가 빠진 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5거래일 동안 240.100.66포인트(3.75%) 급락해 2581.00까지 떨어졌다. S&P 지수 역시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2조5000억 달러(약 2700조원)가 증발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5일 동안 608.7포인트(8.24%)가 떨어져 7000선이 붕괴됐다.

예상치 못했던 증시 폭락에 시장은 공포에 빠졌다. 투자 심리에 충격을 줄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었고 경제 지표도 양호한 상황이었지만 '블랙 먼데이'나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한 급락세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는 지난 5일 115.60%나 상승해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0을 넘어섰다. 이날 VIX는 37.32까지 오른 뒤 6일에는 장중  46.08까지 치솟기도 했다.

CNBC는 지난 3일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1500포인트나 떨어지는 중에도 주요 지수 폭락을 유발할만한 특별한 뉴스는 없었다"며 "심리적 요인과 프로그램 매매만으로 주가 급락 사태가 나타났고, 월가는 기괴한 현기증을 겪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긴축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 증시 폭락 사태의 가장 큰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이 4.1%에 그쳤고 일자리가 전문가들의 예상치(18만개)를 상회하는 20만개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올랐다. 고용시장의 호조는 소비를 진작해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 인상 가속화에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시장을 기반으로 한 물가가 최근 수개월간 상승하고 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성명에서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지적했던 것과 달리 물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증시가 가장 크게 떨어졌던 지난 5일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물러나고 신임 제롬 파월 의장이 취임선서를 하는 날이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중도·온건파로 분류돼 왔지만 옐런 의장 체제에서 이사로 재직하면서 양적완화(QE)에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한 만큼 비둘기파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또 기존 이사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우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 지도부를 채우게 된다는 점에서 연준의 매파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경제 지표를 감안할 때 연준이 긴축을 가속화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당초 연준은 올해 3번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4번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8일 한 행사에서 "실업률이 올해 4%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기 부양적 정책을 점진적이지만 신중하게 거둬들이는 것이 옳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이 이같은 금리 인상 우려를 앞서 반영했다. 지난달 말 2.7% 수준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일 2.84%까지 오르면서 증시에 공포감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그동안 자산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었다. 다우지수는 지난 한해에만 24% 이상 상승했다. S&P500지수는 18%, 나스닥 지수는 27%나 올랐다. 미국 3대 지수가 올해 1월 들어서도 6~7%의 상승세를 나타내자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1월 3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주식시장의 버블과 채권시장의 버블이라는 두가지 버블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전 의장도 지난 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버블'인지에 대해 말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주식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빠른 긴축에 나설 경우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형성되면서 '황소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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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6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뉴욕 증시 폭락 충격에 전날보다 1071.84포인트(4.73%) 하락한 2만 1610.24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을 바라보는 시민의 모습. 2018.02.06.


◇글로벌 증시 폭락 도미노…석유·가상화폐 가격도 급락

미국발 버블 붕괴 공포로 글로벌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94%나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4.66% 떨어졌다. 중국 상해종합지수(-5.78%), 홍콩 항셍지수(-6.60%), 대만 가권지수(-5.37%), 인도 SENSEX지수(-1.86%) 등 아시아 주요 지수가 대부분 급락세를 연출했다.

유럽 증시도 타격을 받았다. 5~8일 유로스톡스 50지수는 4.14% 하락했다. 영국 FTSE 100지수(-3.66%), 독일 DAX지수(-4.11%), 프랑스 CAC40지수(-3.98%)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1월 들어서만 7%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66 달러선까지 치솟았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미국 증시 폭락의 여파로 60달러 선으로 후퇴했다.

연초 배럴당 67달러 선이던 브렌트유 가격도 1월 중 4% 이상 상승해 70 달러를 돌파했지만 2월 들어 65달러 밑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글로벌 자산 버블'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던 가상화폐 시장도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8300 달러에서 6900 달러로 16% 이상 떨어졌다.  6일에는 장중 6000 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올해 초 1만3400 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달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가능성에 무게…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듯

시장에서는 증시가 '단기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이 단기 급등한 측면이 큰 만큼 일정 수준의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시작한 상황에서 하락장 전환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덴마크은행 삭소뱅크 주식 전략책임자 피터 간리는 지난 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것이 건강한 조정이라고 믿는다"며 아직 "베어마켓(하락장)으로 간다고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위험 영역 범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3.5~4.0%은 돼야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은 경기 호전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물의 성격이 큰데 연준의 빠른 긴축에 대한 우려만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의 경제 담당 선임기자 닐 어윈은 "이번 폭락은 경기 침체의 패턴이 아니었다. 금요일(2일) 증시 폭락 때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급격히 상승했고, 이것은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채권 시장의 측정치가 상승한 것이다. 월요일(5일) 매도세에서도 금리는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어윈은 "이번 증시 급락은 경제 비관론을 반영한게 아니다"라며 "주식 시장에서 고용주가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연준이 계획한 것보다 더 빨리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견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당분간 시장의 큰 변동성이 투자자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최근 일주일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2일과 5일 이틀에 걸쳐 1840.96포인트(7.03%)나 하락했던 다우지수는 6일 567포인트(2.3%) 상승하며 하락분을 다소 만회했다. 또 7일에는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아 시장 심리가 회복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8일 다시 급락세를 연출했다.

마이클 애런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것이 빠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단기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은 시장에 겁을 주고 시장의 흐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락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버블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지난 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뉴욕증시의 폭락은 앞으로 닥칠 지진을 예고하는 신호탄(Rumbling of Earthquake Ahead)"이라며 "현행 시장의 변동성은 앞으로 닥칠 일들의 전조"라고 경고했다.

아이칸은 "지진이 나기 전 으르렁 진동음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 후 29년 혹은 10년, 5년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예고음"이라고 강조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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