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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깎는 아픔과 평화지킴이 사이'···국정원 향한 文의 복잡한 시선

등록 2018.07.20 20: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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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함께 제시···계속된 개혁 노력 주문

'최고 정보기관으로 거듭'···국정원 향후 과제도 언급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정원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후 전직원에게 격려 및 당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8.07.20.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정원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후 전직원에게 격려 및 당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8.07.20.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국가정보원을 향해 '세계사 변화의 주역'과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상반되는 평가와 노력을 동시에 언급한 것에서 국정원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다.

  적폐의 중심으로 평가받던 국정원이 지난 1년의 개혁 끝에 '환골탈태' 수준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계속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2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이끌어 낸 이면엔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였던 국정원의 공이 컸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은 국정원을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정원을 직접 찾아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국정원이 자랑스럽고,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여러분의 국정원이 지금 한반도의 운명과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고 국정원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여러분의 국정원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킨 주역이 됐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국정원은 '적폐의 본산'으로 비판받던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국제사회로부터도 실력을 인정받는 기관이 됐다. 여러분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1차적으로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국정원 스스로의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던 것을 잘 따라와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개혁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며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국정원을 서훈 원장과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업무보고에 앞서 국정원 중앙 현관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조형물 제막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뼈를 깎는 고통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정원의 숙명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향후 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도 함께 제시했다.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며 국정원이 지금까지의 개혁에 안주하지 않도록 채찍질을 한 것이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한 것은 국정원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따라오도록 전략적으로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국정원은 더욱 높아진 대북 정보능력으로 위기 시에는 위기에 유능하게 대처하고, 대화시기에는 대화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실력 있는 안보기관으로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 발전된 해외정보능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며,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국정원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이러한 발언 속에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섞인 주문도 함께 녹아든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진정한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욱 뜨거운 열정과 조국을 향한 충성심으로 헌신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한 속에도 국정원이 얼마든지 과거처럼 적폐기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는 자기 최면성 주문이 함께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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