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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학계 엇갈린 원인 분석

등록 2019.06.09 0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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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성취도-의욕 간 연관성 다룬 두 연구 발표

두 연구진 "쉽고 재미있는 수학 공부 지원 해야"

【세종=뉴시스】 수학 학업 성취 수준이 높은 순서에 따라 균등 고성취군과 균등 중성취군, 불균등 중성취군, 불균등 저성취군 4개 그룹으로 나눠 학습의욕과 흥미, 가치인식 등을 조사한 결과 성취도에 비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2019.06.09. (자료=논문 '수학과 정의적 성취 특성의 잠재프로파일 분석' 중 발췌)

【세종=뉴시스】 수학 학업 성취 수준이 높은 순서에 따라 균등 고성취군과 균등 중성취군, 불균등 중성취군, 불균등 저성취군 4개 그룹으로 나눠 학습의욕과 흥미, 가치인식 등을 조사한 결과 성취도에 비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2019.06.09. (자료=논문 '수학과 정의적 성취 특성의 잠재프로파일 분석' 중 발췌)

【서울·세종=뉴시스】이연희 구무서 기자 =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수학공부를 포기한 사람'을 소위 '수포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수학을 포기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낮은 성적 때문인지, 수학 자체를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부정적 인식 때문인지를 놓고 학계에서 서로 상반된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9일 서강대학교 박사과정 임슬기씨와 이수형 교수가 '교육과정평가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대체로 수학에 대한 흥미도 낮고 수학이 유용하다고 평가하지 않는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수학성취도가 낮게 나타났다.

반면 강남대학교 전경희 교수와 김성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이 같은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는 비슷하지만 선후관계가 달랐다. 수학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자신감과 가치인식·흥미·학습의욕이 고르게 높은 반면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다 잘하는' 여학생들…수학 성적만 유독 낮은 이유

임씨와 이 교수는 '수학 성취도에서의 성별 격차' 논문에 2009~2011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특히 여학생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성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 연구한 결과를 실었다. 다른 과목은 모두 여학생의 성취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유독 수학만 남학생보다 낮은 이유에 주목한 것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한 초·중·고 학생 5만5604명을 대상으로 개인과 가정환경, 학교 특성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2009년 초등학교 6학년이 2012년 중학교 3학년, 2014년 고등학교 2학년으로 변하면서 나타낸 성취도 흐름을 살폈다.

그 결과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대체로 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이처럼 낮은 인식은 수학 공부 성취도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동일한 시기의 수학성적을 비교했을 때 여학생의 수학 성적은 모든 학년에서 남학생보다 낮게 나타났다. 다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와 유용성 인식이 평균 이하인 학생 그룹에서는 여학생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학생과 남학생 간 흥미도 격차는 중학교 시기보다 고등학교 때 더 심화되며, 수학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격차가 커졌다.

연구진은 이밖에도 남고·여고가 남녀공학보다 수학 학업성취도가 높으며, 특히 남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눈에 띄게 높다고 분석했다.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의 성적이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도 발견됐다.

가정환경의 경우 모친의 학력만 비교한 결과 대학원 졸업 이상의 고학력일 경우 자녀의 수학성취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고졸이하의 학력일 경우 여학생의 수학 성취도도 낮은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여학생의 수학 성취도를 끌어올려 성별 격차를 완화해 여성 과학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환경, 학생의 수학에 대한 인식 개선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고등학교의 단성 여부에 따라 성별격차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 이전에 이같은 격차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적이 좋으니까 신나서 공부한다?

반면 다른 연구 강남대학교 전경희 교수진의 '수학과 정의적 성취 특성의 잠재프로파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학 성적이 좋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흥미와 학습의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적 특징이란 ▲자신감 ▲가치인식 ▲흥미 ▲학습의욕 간 연관성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지난 2016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한 중학교 3학년 학생 6867명의 자료를 분석해 수학 학업성취도 성적과 흥미·학습의욕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수학 성적이 높은 3755명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가치인식·흥미·학습의욕 등 전 부문에 걸쳐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비교분석을 위해 학업 성취 수준이 높은 순으로 균등 고성취군과 균등 중성취군, 불균등 중성취군, 불균등 저성취군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성취수준이 가장 높은 균등 고성취군의 자신감 지수는 4점 만점에 3.8점으로 성취수준이 가장 낮은 불균등 저성취군 1.2점에 비해 2.4점 높았다. 균등 고성취군 학생들은 가치인식 3.7점, 흥미 3.8점, 학습의욕 3.8점을 받은데 반해 불균등 저성취군 학생들은 각각 1.5점, 1.1점, 1.4점에 그쳤다. 특히 학업에 대한 흥미는 고성취군 학생과 저성취군 학생 간 2.7점의 격차를 보였다.

연구진은 "학교 설립 유형이나 학교 지역 등은 큰 관련이 없는 반면, 수학 성취도가 높을수록 균등 고성취군에 속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며 "수학에서 낮은 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수학에 대한 가치인식과 학습 의욕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자신감과 흥미에서 저조한 성취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어와 영어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 흥미, 학습의욕 등이 대체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낮은 학생일수록 반대 급부로 국어와 영어 교과에 대한 학습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학에 대한 흥미와 학습의욕 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또는 교육예산을 집중 지원해야 할 영역을 정할 때 근거로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수학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감과 흥미를 고취시킬 수 있는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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