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업계로 눈 돌리는 의사들...'전문가 DNA' 심는다

환자 수 감소에 코로나19로 경영 악화

비대면 진료 논의로 환경 변화도 직면

미래 성장 잠재력 큰 헬스케어 기업行

시장조사·분석부터 제품기획 연구개발

다양한 임상 통한 효과·안전성 입증도

[세종=뉴시스]경기국제2 생활치료센터와 관련해 원격화상시스템을 사용한 의료진 진료 상황.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2020.04.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 의료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헬스케어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의료기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파인헬스케어는 최근 김우성 소아청소년과 전문의(GF 소아과 대표원장)를 의학총괄책임자(CMO)로 영입했다. 화상, 욕창 등 다양한 피부 질환을 분석·예측할 수 있는 원격 피부진료(텔레더마톨로지)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조사·분석부터 의료기기 제품기획과 서비스 실증까지 책임질 예정이다.

파인헬스케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악화 등 많은 챌린지(도전)를 받고 있는 의사들이 헬스케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이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의사는)환자를 진료하면서 의료기기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이해도가 높아 제품 개발 등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업체로서도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원장은 중국의 베이징, 칭다오 등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한 경험도 있어 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앞서 삼양홀딩스 바이오팜 그룹은 국내 의료진 2명과 해외 의료진 3명 등 미용 성형 전문의 총 5명을 과학자문위원회(SAB)에 영입했다. 의료진과 협업해 자사의 미용 성형용 실 브랜드 '크로키'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이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의료진은 회사의 성장 잠재력과 대외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의료진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명성도 쌓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이들은 향후 세계미용안티에이징학회(AMWC)에서 크로키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사례를 발표하고 효과적인 시술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해외 임상 사례 확보와 크로키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표준시술법 개발, 크로키 시술법 소개와 시연 등에도 나서게 된다.

의료진 진용이 갖춰지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 그룹 관계자는 "같은 미용성형용 실이라도 인종별로 안면부 구조, 골격 등 해부학적 차이가 있어 미용 효과가 다르다"며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들과 협업해 인종에 따른 다양한 시술 사례를 확보하면 크로키의 효과와 안전성을 해외에 입증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 그룹은 향후 미용 성형용 필러 '라풀렌' 등 다른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전문의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할 방침이다.

종합 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하는 바디프랜드는 의료기기용 안마의자 등 다양한 제품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문의 영입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바디프랜드가 현재까지 영입한 전문의만 총 9명이다. 진료과목도 한방의학과·정형외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가정의학과·내과·신경과·치과·응급의학과로 다양하다.

한 예로 지난달 바디프랜드의 연구개발(R&D) 조직인 메디컬R&D센터 실장으로 영입된 박혜아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흡연 욕구를 감소시킬 수 있는 마사지 프로그램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여성의 표준 체형에 맞춘 안마의자를 개발하고, 복부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등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여성 전용 마사지 프로그램도 연구 개발할 계획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환자 수도 줄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의료기기 업체로 떠나는 의사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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