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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꿈꾸던 황동혁, '오겜' 등 사회문제 작품으로 부조리 통찰

등록 2022.09.13 13:01:02수정 2022.09.13 20: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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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적 감독 첫 에미(Emmy)상 감독상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비영어권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2022.09.13.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비영어권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2022.09.13.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시아 국적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12일(현지시간) 에미(Emmy)상 감독상을 받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51) 감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사회 부조리를 통찰해왔다.

초등학생 때 골목길에서 오징어게임을 비롯 온갖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 한국적 경험을 녹여낸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다.

1971년 서울 쌍문동에서 태어난 황 감독은 원래 서울대 신문학과(현 언론정보학과) 재학 당시 기자를 꿈꿨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으로 데모도 자주 했다. 하지만 현실에 지친 그는 관심을 영화로 돌렸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그런데 사회문제에서 벗어나려고 시작한 영화에서 그는 주로 사회문제를 다루게 된다.
 
2007년 데뷔작인 영화 '마이 파더'부터 그랬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사형수 아버지를 20여 년 만에 찾은 입양아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는 통로가 됐다.

특히 2011년 영화 '도가니'는 누적관객수 466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건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던졌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황 감독은 영화를 통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뜨거운 양심을 꺼내보였다.

2014년 누적 관객 860만명을 모으려 흥행에 크게 성공한 '수상한 그녀'는 황 감독의 물오른 상업적 감각을 증명한 영화다. 칠순 할머니의 영혼이 깃든 스무살 여인의 이야기. 웃음 코드가 다분한 코미디 영화였지만, 우리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노인 문제를 다루며 생각할 지점을 만들어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리는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도착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라 있다. 2022.09.13.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리는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도착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라 있다. 2022.09.13.

2017년 누적 관객 384만명을 모은 영화 '남한산성'은 정치 드라마라는 외피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백성을 위하는 이들의 뜨거운 성정을 톺아보며 결국 서민의 삶을 그려냈다.

마침내 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황 감독이 그간 고민해온 것들의 총집합이라 할 만하다. 사회적인 모순 속 소외된 자들의 연대 등을 다뤘다. 소위 말하는 X세대의 시작점에 있는 황 감독은 사회적 모순과 문화적 자유 사이에 끼어 혼돈의 시절을 보냈고 다양한 층위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좋은 평을 받았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데뷔작 '마이 파더' 이후 2008년부터 구상한 '오징어게임'은 다양한 층위를 녹여 내며 시대 정신을 건드린 역작이 됐다. 처음엔 영화로 극본을 썼는데 난해하고 기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각종 재난에 더 심화된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됐고, 이에 대한 은유인 이 시리즈는 동시대 그 어떤 작품성보다 개연성을 갖춘 드라마가 됐다.

황 감독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뒤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다 같이 역사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미 황 감독은 전 세계에서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고섬 어워즈 최우수 신작 장편 시리즈 상,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올해의 정주행 드라마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리즈 부문 올해의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 포니정혁신상 등을 받았다. 작년 미국 블룸버그가 선정한 '올해의 50인', 올해 타임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거장 부문에 이름도 올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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