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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과학자 김빛내리 교수 "나도, 의대·사법 고시 고민한 적 있다"

등록 2024.04.18 18: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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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전자 비밀' 풀었던 김 교수…"연구자 미래 우려 공감"

"직업 선택에 안정성 가장 중요…예측가능한 환경 조성해줘야"

[서울=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차담회에 참석한 김빛내리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서울=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차담회에 참석한 김빛내리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저 역시도 과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연구자 대신 '의대나 사법시험으로 가야 하나'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연구비가 깎이면서 심한 경우 문을 닫는 연구실까지도 나오고 있는데 과학계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명으로서 후배들에게 굉장히 미안합니다."

생명과학 분야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는 18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서 후배 이공계 학생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 RNA(리보핵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내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한국인 최초 영국왕립학회 회원(2021년)이자 여성 최초 서울대 석좌교수(2017년)로 한국인 최초 노벨과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김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미래 이공계 인재들이 꾸준히 유입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연구자라는 진로를 일찌감치 정하긴 했지만 그 후 많이 흔들린 케이스다. 대학에 진학 후 실제 연구를 하면서 현실에 대한 우려가 생기며 '의대나 사법시험으로 진로를 바꿔야 하나' 등의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많은 고민에도 계속 연구자로 있었던 이유는 저 역시도 학생들이 말하는 내적 동기다. 연구라는 일이 너무 좋았고, 실제로 그만두려고 다른 걸 공부하는 동안에도 실험실에 대한 생각이 계속 났었다"며 "지금도 전 제 직업을 너무나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이런 재미와 함께 제가 하는 일이 제가 죽은 뒤에도 사회에 남아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과학기술계가 겪은 위기를 두고 후배 연구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도 밝혔다. 스스로 내적 동기를 갖고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들이나 후배 연구자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서는 "올해 연구비가 깎이면서 심하게는 연구실의 문을 아예 닫거나, 실험을 포기하고 컴퓨터 데이터 분석만 하는 곳들도 있다"며 "이런 비상 상황이 계속 가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현실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직업 선택에 있어 안정성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그런데 연구비 삭감 같은 상황이 연구자라는 직업의 예측 가능성,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며 "신뢰라는 게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쉬운 만큼 현재 상황이 향후 우리 과학계의 내상으로 깊게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공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주도하는 바텀-업 형태의 연구 사업 확대 ▲주거 비용을 비롯한 이공계 학생 대상 장학금 확대 ▲외국인 연구자·학생의 적극 영입과 체계적인 평가 방식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직업선택에 있어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결국 안정성이 높고 예측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공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직업 선택 과정에서 겪는 불안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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