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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도겸 칼럼] 아산 세심사에 가면 ‘선나’ 를 찾을 수 있다

등록 2014.12.10 08:44:12수정 2016.12.28 13: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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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 스님

【서울=뉴시스】 하도겸 박사의 ‘생활선’ <159>

 대한불교조계종의 천년고찰 아산 세심사(주지 지해 스님)가 산사 능엄경 콘서트를 열고 있다. 태고종의 구선스님(49)을 초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능엄경을 쉽게 설명하고 수행까지 함께하고 있다.

 능엄경은 밀교부에 수록된 경전이었다. 그 까닭에 당나라 이전까지는 중국에 전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가필도 많아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조경전이라는 뜻에서 ‘위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보리심을 얻게 되고 진정한 경지를 체득한다’는 밀교와 선불교의 진수를 전하는 불경이란 사실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선스님은 능엄경 강독과 함께 자연치유 운동법인 ‘선나힐링그룹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10월부터 매월 둘째 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3시간 강의와 3시간 실참을 하고 있다. 이달만 폭설로 넷째 주인 22일과 23일에 운영한다고 한다.

 스님은 잊히고 단절됐던 우리 불교와 선교 등의 전통적인 수행법을 복원하는데 관심이 많다. 생명론, 존재론, 가치론을 기반으로 세상과 시대 사이에 조화로운 교류가 이뤄지는 새로운 사상체계를 세우는 것이 바람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부처님과 인연 있는 이들이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닦아야 할 수행법을 전달하는 것이 사부대중의 사명이라는 것을 스님은 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모두 불조의 혜명을 이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구선스님은 달마(達摩)가 전한 최상승선인 여래선(如來禪)의 선지식이라고 할만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했듯이 내게 의지하지 말고 나의 가르침에 의지하라고 했다. 한번 만남으로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을 수 있다. 수행자는 고요하게 다만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대의 가르침만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이렇게 선정을 가꾸면서 자성의 공적(空寂)을 봐야 한다. 이게 무심(無心)이고 무념(無念)과 화합하면 곧 일념(一念), 일체지(一切智), 지혜행이라는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이 이뤄진다. 여래선을 닦는 우리나라에서 얼마 안 되는 수행자가운데 ‘깨친 스님’이 구선스님이다.

 구선스님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소설 ‘바라밀’ 속 스님들의 삶을 동경해 18세에 출가했다. 수행을 통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12연기와 무아법의 참 이치를 보고 한번 크게 깨쳤다. 스스로 깨친 것이 오늘날 현대과학의 최신 이론들과 부합한다는 것을 알고 ‘관, 존재 그 완성으로 가는 길’ ‘관, 쉴 줄 아는 지혜, 반야심경강설’ 등의 책을 연달아 출간했다. 이 책들을 읽어보면 도교 수행을 하는 이들이 구선스님이 수행의 완성단계에 해당하는 ‘양신(원신·化身·바른몸)’이 출현하는 계제(단계 또는 레벨)까지 갔다고  높게 평가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단계에 가지 못한 이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 비밀스럽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 소재하는 연화사를 중심으로 선정과 삼매에 이르는 여덟가지 진로를 통한 수행법으로 견성(見性)에 이르는 과정을 지도했었다. 현재는 서울 평창동에 있는 선나힐링그룹(sunna.kr)에서 자신을 여래장(如來藏)과 합일하는 ‘여래선법’인 ‘선나’를 널리 전하고 있다. 선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중관이라는 말로 중심을 관하다, 중심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한글로는 선 나, 일어선 나, 바로 선 나의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심을 잡고 중도에 서서 바로 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참된 붓다로 부처님을 닮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부처님의 14대 조사인 용수보살로부터 전해진 대승불교의 수행체계를 여덟 진로에 근거해서 견성하는 방법을 다룬 ‘觀 중심의 형성과 여덟 진로의 수행체계’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구선스님은 불교의 수행체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사상체계와 서양의 뇌 과학 및 신경과학을 접목해 새로운 명상치유법을 개발하는 데도 앞장섰다. 치유프로그램은 인간의 신체적 불균형과 질병은 의지로 하는 모든 신체적 활동을 관장하는 6개의 신경경로에서 비롯된다는 기반 아래 다양한 정서·문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이에 따라 자연치유운동인 시개·진정·적핵·피질·그물·소뇌척수로 운동, 식물 에너지장과 미세전류 요법을 접목한 나무치유요법,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점다 요법 등이 개발됐다. 그를 따르는 의사와 한의사들이 많은 걸 보면 꽤 효능이 좋은 듯하다. 

 스님은 한글 창제에 대해서도 기존 학계와는 다른 주장을 해왔다. 당시 집현전에 재직했던 신미대사가 세종대왕의 명으로 왕자와 공주를 제자로 받아들여 옛 가림토문자를 정선해 한글을 창제했다고 말한다. 구선스님의 ‘한글수련법’ 대중강의를 들어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자음 안에 천지 만물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역, 니~은” 등으로 호흡과 발성을 통해 몸 전체로 기 순환을 시키는 이러한 수행법은 양자물리학적인 파동을 이용한 새로운 수련법인 듯하다. 스님은 “‘기역’은 폐·심장·간담·비장·췌장·위·신장·소장·대장 등 앞쪽 미주신경이 영입하는 장부 전체를 순화하는 소리며 ‘니은’은 머리의 중추신경계와 척추를 타고 흐르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라며 각각의 자음의 의미를 5장과 신경 그리고 순환의 흐름 속에서 직접 몸으로 설명한다.

 상기(上氣)들기 쉬운 좌선법 대신 용수보살 이래의 수행법인 ‘여래선’의 다양한 수행실천법을 발굴해 낸 스님은 한글 자음을 길게 소리 냄으로써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 방식을 선양한다. 염불선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런 수행방식은 그의 ‘관(觀) 십이연기와 천부경’ ‘관(觀) 한글 자음원리’(도서출판 연화) 등 두 권의 책으로 정리된 바 있다. 우주의 시발과 천지만물이 생겨난 원리인 불교의 십이연기법이 우리 단군사상의 모태인 천부경과 다를 수 없다. 만류귀일, 모든 세상의 진리는 하나로 통한다. 아울러 ‘한글 자음원리’는 천부경에 나오는 천부 8음이 한글 자음(ㄱ·ㄴ·ㄹ·ㅁ·ㅂ·ㅅ·ㅇ·ㅈ)이라는 전제 아래 한글 자음을 자신과 우주를 잇는 참선의 방식으로 계발한 것이다. 삼국유사에서 전불시대의 부처님들이 계셨던 땅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인가 보다.

 스님은 십이연기에서 생명의 의식이 눈·코·귀·입·몸·생각이라는 6근으로 나눠지는 원인을 사유하다가 막혔다. 그러나 우연히 접한 천부경에서 ‘석삼극 무진본(析三極 無盡本)’ 즉 삼극으로 나눠지지만, 근본이 다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고 깨쳤다고 한다. 의식이 나뉘었다고 해서 그 근본까지 사라진 게 아니며 또한 6근에도 모두 존재한다는 연기법의 실체를 깨쳤던 것 같다.

 스님은 수련을 통해 닿으려는 경지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를 말한다. 자신이 주체가 돼 바깥의 현실에 끄달리지(이리저리 이끌려 다니지) 않으면 감정의 편안함과 의식의 아무렇지도 않음의 상태에 이르는 것이 견성의 경지라고 설명한다.

 프로그램이 열리는 아산 세심사에는 우리나라 비구니계 최고령인 법연스님(92)과 주지 지해스님이 주석하고 있다. 구선스님을 초대한 지해스님은 “일희일비하면 안 됩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습니다. 우주의 주인공은 바로 나며 오늘의 내 삶은 바로 내 과거에서 왔고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바뀝니다”라며 모든 고통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강조한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초겨울 눈 덮인 산사를 찾아가는 건 어떨까? 한 이틀 휴가를 내서 나이 든 은사를 정성스럽게 모시는 효심의 중심 아산 세심사를 추천하고 싶다. 세심사에서 선지식의 법문을 들으며 마음의 공덕을 쌓는 것은 어떨까?

 ※ 세심사는 충남 아산시 염치읍 산양리 221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백제 때 창건했으며 654년(신라 선덕여왕 14)에 자장(慈藏)이 중창했다고 전한다. 절 마당에는 고려시대 유행하던 청석(靑石)으로 만든 구층석탑(충남문화재자료 231)이 있다. 대웅전에서 영산전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송매당(松梅堂)’ 부도 2기만 남아있다. 이밖에 1563년(명종 18)에 판각된 부모은중경판과 불교 의식집인 청문판(請文板) 4매, 충남유형문화재 제192호 신중도(神衆圖)가 남아 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편찬한 ‘역주 불설대보부모은중경언해’(봉덕인쇄·2011)는 바로 이 판을 인경해서 만들었다. 041-543-2696

 * 이 글은 사부대중 모두가 깨달음으로의 길을 가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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