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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문학 세계화 실행계획 마련은 위험한 생각"

등록 2016.06.19 15:29:11수정 2016.12.28 17: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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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마치 성공 처세술을 다루는 경영서들처럼, '한국 문학 세계 정복에 필요한 10가지 단계' 같은 실행단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위험한 발상이다."(데버러 스미스)

 '2016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이 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이벤트홀 책만남관1에서 펼쳐졌다. 영문으로 번역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으면서 한국문학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번역가들이 말하는 한국문학 세계화'라는 부제를 단 이날 포럼에서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옮긴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영국 틸티드 엑시스 출판사 대표)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주소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맹목적인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경계했다.

 출판이 비즈니스인 것은 맞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자신과 같은 출판인들에게는 "출판사 운영의 목적이 돈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계속 출간할 수 있기 위해서 간신히 현상유지를 해나갈 뿐"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 주도의 시도나 세계 주요 작품 대열에 껴야 한다는 맹목적인 주문은 출판인들의 정신과 상충한다"고 짚었다. 앞서 그녀는 지난 15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집착이 당황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문학, 독보적 위치…지원기관의 막중한 역할 필요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email protected]

 스미스는 그러면서도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문학의 서사 방식이나 문체에 대해서 이렇다 할 고정관념이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고유의 문화와 다난한 역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한국적인 작품부터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우는 작품까지 다양한 한국 작품이 외국에 진출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한강 이후 한국문학 전체가 단숨에 세계화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문학' 작가로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한강 역시 '한국문학' 작가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스미스는 "어떤 작가가 세계무대에서 성공을 거두면, 독자 입장에서는 그는 세계적 작가"라며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자신을 가두고 남을 정의하는 데 사용하는 수많은 틀이 사실은 얼마나 빈약한 논리에 기반을 두는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채식주의자'가 세계에서 한국 출판계에 대한 시선을 바꿔놓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스미스도 "이제 종종 출판사 편집자들이 먼저 내게 연락을 해와 혹시 번역하고 싶은 작품 중 우리 출판사와 어울릴만한 것은 없는지 묻는다"고 알렸다.

 '채식주의자'가 한국문학 세계화의 새로운 길을 연 셈이다. 스미스는 하지만 미래는 보장돼 있지 않다고 했다. "하루키의 국제적인 성공이 일본 현대문학 전반에는 아무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일본 문학보다 한국문학이 비교적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다양한 지원기관의 존재다.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지원기관들이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적 불문하고 누구나 고통받는 문제에 대해 공감"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email protected]

 스미스는 이날 한국 작품에 한국이라는 민족을 내세우면 이는 한국에 관심을 보인 독자에 한정해 홍보하는 결과가 된다는 지적도 했다. 반면, "문학 혹은 번역 문학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독자로 범위를 넓히면 대상이 엄청나게 많아진다"고 짚었다.  

 작가 구병모의 청소년 도서인 '위저드 베이커리'가 멕시코에서 문학, 그 자체로 읽히며 현지에서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경우다. 16세 청소년의 성장소설로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 부를 찍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주인공이자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스페인어권 번역가 이르마 시안자 힐 자녜스는 "우리의 욕망과 두려움을 배양하고 형성하는 일상의 현실은 한국이나 멕시코가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고 했다.

 물론 멕시코 독자에게는 먼 나라일 한국의 특수성이 어우러져 있어 현지 독자에게 신선함을 준 부분도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저자의 작품에 멕시코 독자들이 자신을 투영해본다는 사실은 우리의 걱정과 고민이 본질에서는 유사하며 언어가 다르고 수천 킬로미터를 떨어져 있을지라도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어 등 헤게모니 중간어 번역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현 주소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6.06.19.  [email protected]

 이날 세계문학 지도에서 한국문학의 진흥을 위해서는 단순히 영어로 번역이 많아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미스가 이날 영국에서 번역된 소설, 시, 연극이 자치하는 비중이 전체 문학출산 시장의 4.5%라고 지적했듯, 영미권의 3%가량 출판물만이 번역물이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프랑스어원 전문 번역가인 최미경 교수(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는 "영어는 세계 언어 위상에서 큰 헤게모니를 갖지만, 문학적 소통의 소극성으로 국내 기관들의 투자대비  문학전달의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언어지형에서 영어의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문화, 문학언어로서 위상이 있는 프랑스어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언어로 번역된 출판물이 많질 때 세계문학지도에서 차지하는 한국문학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헤게모니 중간어를 통한 문학소통이 뜻밖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 언어의 번역에 대해 교육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은 이날까지 열리는 '2016 서울 국제도서전'의 하나로 진행됐다. 일반 독자가 200여명이 몰리는 등 '채식주의자'로 인해 문학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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