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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유발자' 캐머런 "메이, 협상 방향 바꾸라"

등록 2017.06.14 11: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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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낸트위치=신화/뉴시스】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낸트위치에서 6월 총선 유세를 벌이던 중 한 여성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17.05.12

【 낸트위치=신화/뉴시스】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낸트위치에서 6월 총선 유세를 벌이던 중 한 여성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17.05.12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브렉시트(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마저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협상 기조를 완화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캐머런은 13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열린 한 기업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지난주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한 사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캐머런은 보수당이 장악했던 의회 권력 구도가 변하면서 다른 세력들도 브렉시트에 관해 "말할 자격이 생겼다"며 "더 유연한(softer) 브렉시트를 추진하라는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머런은 "일이 어려워 질 거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최선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놓고 다른 정당들과 보다 광범위한 논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캐머런은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잃긴 했지만 메이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는 브렉시트에 관해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다른 이들의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 표가 많이 나온 스코틀랜드에서 이번에 보수당 의원들이 13명이나 새로 뽑혔다며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당의 스코틀랜드 지부장 루스 데이비슨이 '오픈 브렉시트'를 요청한 사실을 언하며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에 반대표를 던졌다. 스코틀랜드의 보수당원 대다수는 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첫 내각 회의를 진행하고 길을 나서고 있다. 2017.6.13.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첫 내각 회의를 진행하고 길을 나서고 있다. 2017.6.13.

캐머런은 2015년 총선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걸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투표 부결을 자신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오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캐머런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로 정치적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 그는 총리직에서 내려온 뒤 하원의원 자리도 사퇴했다. 본인이 띄운 승부수가 자충수가 된 꼴이다.

 캐머런에 대해 그의 지나친 정치 도박으로 유럽 정치와 세계 금융 시장이 불확실성에 휘말렸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후임인 메이 총리는 EU 잔류파였음에도 브렉시트 후폭풍 수습을 떠안았다. 
 
 메이는 취임 후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탈퇴) 기조를 천명하고 자신의 협상력을 키우겠다며 조기 총선을 직접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캐머런에 이어 또 다른 나쁜 수를 놓게 됐다.

 보수당은 이전보다 의석이 대폭 축소됐고 의회 장악력마저 잃었다. 이에 노동당 등 야권에선 물론 보수당에서마저 '소프트 브렉시트'(EU 단일시장 잔류) 쪽으로 협상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캐머런 뿐만 아니라 보수당 출신인 존 메이저 전 총리도 협상 방향 수정을 권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동의 자유, EU 단일시장에 관해 더 나은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과 노동당 일부 의원들은 브렉시트 방향을 논의할 '초당파' 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양당 고위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총리실은 의회 내 '브렉시트 위원회' 설치 여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안건에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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