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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시리아서 한판 붙나...골란고원 긴장 고조

등록 2018.05.11 09: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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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군이 골란고원 군기지 공격하자 대대적 반격

골란고원, 1967년 이스라엘 강제점령 뒤 군사 충돌 계속

로하니 "새로운 역내 긴장 원하지 않아"...자제 신호

【다마스쿠스=AP/뉴시스】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으로 미사일이 쏘아올려지고 있다. 사진은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시리아중앙군미디어(SCMM)이 제공. 

【다마스쿠스=AP/뉴시스】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으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 사진은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시리아중앙군미디어(SCMM)이 제공.  2018.5.11.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중동 지역의 앙숙 관계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10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정면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에 주둔 중인 이란군이 골란고원에 있는 이스라엘 군초소를 향해 로켓포 공격을 가하자 대대적인 반격을 실시해 시리아 내 이란 군시설 수십 곳을 공습했다.

◇ 이스라엘, 시리아 내 이란군에 반격

 이스라엘군은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IRGC) 소속 알 쿠드스 부대가 이날 새벽 골란고원의 전방 초소에 로켓포 20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4발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다.

 나머지 16발은 요격에 실패했지만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시설이 일부 훼손됐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 인명 손실도 없었다고 전해졌다.

 이란 측에서는 이날 공격에 관한 즉각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몇 시간 만에 반격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로 시리아 내 이란의 군 표적물 70곳을 공습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일대에 위치한 이란과 연계된 정보 시설, 병참 본부, 군 요새, 탄약 저장 창고를 비롯해 골란고원 비무장지대에 있는 이란의 감시 초소 등을 공격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정부에 사전 통보를 했음에도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전투기를 향해 포격하자 경고 차원에서 시리아 방공망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리아 내 이란 인프라 거의 대부분을 공격했다"며 "여기에 비가 내리면 그쪽에는 폭우가 쏟아질 거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현 국면을 끝내고 다들 메시지를 얻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아군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명백한 도발이라고 발끈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또 다른 침략 행위를 좌절시켰다"며 "시리아 방공망이 이스라엘 미사일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내전감시기구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군인 5명,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연계된 전투원 18명 등을 비롯해 최소 2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 텔아비스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과거 핵무기 개발 계획 증거라며 이스라엘이 최근 입수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최근 과거 이란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 500㎏분 5만5000쪽과 CD 183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2018.5.1

【텔아비브(이스라엘)=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 텔아비스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과거 핵무기 개발 계획 증거라며 이스라엘이 최근 입수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최근 과거 이란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 500㎏분 5만5000쪽과 CD 183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2018.5.1

◇ 골란고원 감싼 전운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의 국경이 있는 비무장지대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시리아의 골란고원 영토 대다수를 불법 점령한 후 유엔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반환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는 골란고원의 전면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이 지역을 놓고 평화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이 수원 보호를 이유로 갈릴리 호수 연안의 일부 지역을 계속 점령하겠다고 고집해 결렬됐다.

 양측은 골란고원을 사이에 두고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로켓포를 발사하는 등 자주 충돌했다. 이스라엔은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을 틈타 골란고원에서 기습적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시리아의 반발을 키웠다.

 시리아 내전에 아사드 정권의 우방이자 이스라엘의 원수인 이란이 가담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에 군대를 주둔하고 역내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활동 확대와 헤즈볼라의 시리아 무기 조달을 막겠다며 수차례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은 직접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보다는 헤즈볼라나 시리아군을 통해 이스라엘을 견제하려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 이란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며 "우리도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란은 역내 새로운 긴장 조성을 원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나는 듯한 의사를 밝혔다. 이란군과 이스라엘군의 충돌 상황에 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골란고원=신화/뉴시스】시리아 내전이 이슬람국가(IS) 패퇴 이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에 11일(현지시간) 대공미사일 아이언 돔이 배치돼 있다. 2018.2.12

【골란고원=신화/뉴시스】시리아 내전이 이슬람국가(IS) 패퇴 이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에 11일(현지시간) 대공미사일 아이언 돔이 배치돼 있다. 2018.2.12

◇ "극도로 위험한 상황" vs "늘 있던 일...확전 부담"

 이미 군사적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학해졌다. 미국은 8일 이란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탈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달 초 이란이 비밀리에 핵을 맞들고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며 공개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러나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미국 싱크탱크 근동문제연구소(WINEP)의 제임스 제프리 연구원은 온라인매체 복스(VOX)에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갈등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확전은 이스라엘과 이란에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며,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길 원하기 때문에 양측이 추가적인 충돌을 자제할 거란 분석도 많다.

 미 엘러게니대학의 시리아 전문가 샤나 키르쉬너는 "지난 24시간 사이 양국이 국경에서 주고받은 공습은 위험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확산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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