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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주열 "무역분쟁, 최대 불확실성…수출에 적지않은 영향"

등록 2018.07.12 13: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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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소수의견, 금통위의 공식적 인상시그널로 해석은 무리"

【서울=뉴시스】위용성 천민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중간 무역전쟁을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있어 최대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우리 경제와 수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난 4월 전망 때 본 경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글로벌 무역분쟁"이라고 했다.

무역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주요국간의 무역분쟁이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던 게 사실인데, 날로 확대되고 있고 향방을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조치들이 실제 시행에 옮겨진다면 우리 경제와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이일형 금통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데 대해 "우리 금통위의 공식적인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건 무리"라고도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하반기 경기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의 경우 수요측에서의 상승 압력이 커보이지 않고 근원물가상승률도 예상에 못 미칠 것 같다.

"이번에 전망치를 2.9%로 소폭 낮췄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물가도 지금은 낮은 수준이지만 4분기쯤 가면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난 4월달에 본 경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게 사실이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글로벌 무역분쟁이다.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면밀히 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국내 경제영향을 어떻게 보나.

"주요국간의 무역분쟁이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던 게 사실인데, 날로 확대되고 있고 향방을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한편 일각에선 무역분쟁의 배경에 정치적 이유도 깔려있기 때문에 결국 전면전으로 가지 않고 적정선에서 타협하지 않겠느냔 희망적 낙관론도 있다. 이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약에 이 조치들이 실제 시행에 옮겨진다면 우리 경제와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지않다는 경계감은 갖고 있다."

-고용부진과 관련, 신규 취업자 수가 몇만명 이상 정도가 되면 부진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건가.

 "과거 수년간 취업자수 증가폭을 보면 연간 30만명 내외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쳤다. 우리 고용상황을 보면 인구구조의 변화,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의 경제성장 주도,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 등을 감안해보면 예년과 같은 30만명 내외의 취업자수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이런 구조 변화를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현재로서 '몇만명' 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판단하긴 어렵다. 이런 숫자 외에도 자연실업률이나 고용의 질, 여러가지 지표를 놓고 같이 판단해야할 사항이다."

-오늘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30원을 돌파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도 나온다.

"최근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있고 그 요인을 뜯어보면 국내 요인보다는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에 따른 글로벌 위험회피심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금은 환율 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도 중요하고 특히 기업의 실적전망이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고 국내 기업의 실적전망도 양호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주식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저희의 인식이다. 그렇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앞으로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확산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고, 또 그에 따라 우리 기업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겠다."

-고용부진의 장기화, 최저임금 상승, 지속되는 부동산 규제 등으로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왔는데 그렇다면 여전히 하반기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본 것인가, 단순히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준 것인가.

"어디까지나 금통위의 결정은 현수준(1.50%) 유지다. 금통위원 한 분이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것이 우리 금통위의 공식적인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의사록에서 나중에 확인해달라."

-최근 우리 원화가 위안화 연동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 특히 절하폭이 상당부분 위안화와 똑같은 방향을 보인다.

"최근 원화가 위안화 움직임과 동조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특히 6월 중순 이후 미·중간 무역분쟁 확대된 데 따른것이다. 사실상 원화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원화가 빠른 약세를 나타냈지만 사실 4월 이후에 미 달러화 강세에 따라서 여타신흥국 통화가 그때부터 약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원화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기대로 한동안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북미회담 종료 시점에 마침 무역분쟁이 확대되면서 단기간에 원화가 빠르게 약세를 보였다. 전반적인 달러화 강세가 시작됐던 4월 이후의 원화 흐름을 본다면 위안화 약세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원화 절하폭이 아시아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원화가 한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나.

"외국인의 주식자금은 나가지만 채권자금은 들어오면서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증권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또 양호한 외화유동성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워낙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높고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환율도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럴 경우에 쏠림현상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유의해서 시장상황을 면밀히 살피겠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완화정도의 추가조정 필요성이 기존보다 높아진건가.

"오늘 의결문에도 나와있지만,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고 물가도 목표에 근접해 간다면 그때가서는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것은 없다."

-일자리 증가에 통화정책방향도 영향 미친다고 본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론적으로 보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하면 성장을 촉진해서 그 결과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사실상 한은이 수년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해왔다. 지금 기조도 성장을 서포트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용상황을 보면 부진의 원인이 일부업종의 경기부진이라든가 외국인관광객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음에 따른 서비스업종의 고용부진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고용상황의 개선은 이런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도모할 수 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해 추가로 2번 더 올리면 내외금리차가 1%p까지 확대된다. 내년엔 더 확대된다. 내외금리차가 자본유출에서 그리 큰 요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걱정거리다.

"한미간 금리역전이 되고 그 역전폭이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금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자금은 순유입되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이 건실한 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본다.

그렇지만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대단히 불확실하다. 그 변동성이 지금 몇개월간 상당히 커졌고 그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받은게 사실이다. 주요 가격변수라든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그것이 동시에 이뤄지면, 그런 자금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는 하고있다.

그러나 우리경제 성장세가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대체로 견실한 수준으로 볼 수 있고 외환부문의 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한점을 감안해보면 아직은 대규모로 자금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역전폭이 확대되는 상황은 눈여겨 보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되고 있지만 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 증가세는 크다. 연체율도 늘어서 잠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가계부채 질 전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통계를 보면 신용대출 증가세도 조금 둔화됐고 앞으로도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 규제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 향후 대출금리에 상승압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도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계속 둔화될 걸로 본다.

가계대출이 과거 2~3년간에는 두 자리수로 상당폭 늘어났다. 올해에는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7% 내외인 걸 보면 소위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는 계속 시간을 두고 옥죄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얼마 전 내수증가세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근데 한은은 계속 낙관하고 있다. 내수가 정말 한은 전망대로 갈 수 있나. ESI(경제심리지수)도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하고 있는데 과연 심리 개선에 따른 내수증가세도 이어지는지.

"KDI전망과 우리가 다르다는데, 기관마다 뷰가 다를수있기 때문에 비교할 사항은 아니다."

-물가가 4분기에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의 유가 상승과 현재 물가 수준을 감안한다면 과연 수요측의 물가상승압력이 있는 건가.

"물가 목표제는 헤드라인 물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물가지표를 본다. 특히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을 보려면 근원인플레도 중시한다. 물가를 분해해보면 지금 유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있지만 물가수준이 1%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요인 중 하나는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억제가 상당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규제물가 요인을 빼고 보면 전혀 다른 물가 움직임이 나온다. 여러가지를 분석해보면 지금은 수요측 물가상승압력 크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그쪽에서의 물가압력도 점차 높아질걸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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