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EZ·인터뷰]'노래하는 성우' 이용신 "K-애니 제작자 도전하고파"
2004년 투니버스 애니메이션 '달빛천사'로 인기
'노래하는 성우 1호'…'싱어게인2' 26호 가수로 출연
"성우, 단순히 애니메이션 더빙하는 사람 아냐"
"만능 엔터테이너 모습 보여줄 것"
[서울=뉴시스] '노래하는 성우 1호' 이용신 "달천이들, 실수 두려워 말았으면" 2022.02.12 (사진=올보이스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로 데뷔 20년차에 접어든 성우 이용신은 도전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2004년 방영된 투니버스 애니메이션 '달빛천사'를 통해 '노래하는 성우 1호'로 등극한 이후에도 그는 '캐릭캐릭 체인지', '명탐정 코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다.
이와 함께 '노래하는 이용신'으로서의 정체성도 지키기 위해 2010년 국내 성우 최초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2013년에는 첫 정규 앨범 '타입 컨트롤(TYPE CONTROL)'을 통해 가수로서 한 발 도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JTBC '싱어게인2' OST조 26호 무명 가수로 출연해 '달빛천사' OST인 '나의 마음을 담아'를 부르며 시청자들과 마주했다.
지난 7일 뉴시스와 만난 이용신은 오랜만에 무명으로 평가받는 경험 자체가 신선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내가 더빙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20대 친구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봤을 때, 나는 '찐' 무명이다. MC도 나를 모르고, 심사위원 8명 중 7명이 나를 모르더라. ('싱어게인' 측에서도) 성우 경력 20년차라고 해서 어떠한 가산점도 주지 않았다. 그랬기에 오히려 가수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서울=뉴시스]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 "올해 오리지널 음원 내고파...어느 날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도 있을 것" 2022.02.12 (사진=올보이스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몇 달 전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조금 힘겹지만, 이것도 '노래하는 이용신'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할 작업"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예전에는 경연 프로그램 섭외가 오면 다 거절했지만, 이제는 오케이해서 어느 날 나올 수도 있다"며 타 경연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가수 이용신'에게는 여전히 목소리와 감정을 전적으로 캐릭터에 맞춰 불러야 하는 애니송을 넘어,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올해는 애니송같지 않은 대중가요 느낌으로 나만의 오리지널 음원을 내보고 싶다. 2013년 '타입 컨트롤' 앨범 발매 당시, 내 소리가 뭔지 몰라서 이것저것 넣어 봤다. 그때는 어느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소리를 바꿔서 내는 것이 내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내가 편안하게 잘할 수 있는 장르를 음원으로 내고 싶다."
가수로서 '내 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목표라며 먼 훗날 소극장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 "내 소리로 노래하는 것 목표...나중에 소극장서 콘서트하고파" 2022.02.12 (사진=올보이스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에게 노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목소리 연기', 즉 성우로서의 정체성이다. 그는 성우로서도 이루고 싶은 꿈들이 많다. 여자아이 역할을 주로 연기해 온 이용신이 가장 맡고 싶은 역할은 중저음과 파워가 돋보이는 '열혈 남아'다.
아울러 이용신은 오리지널 작품의 성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나를 대표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일본에 IP(지적재산권)가 있다. 그렇다 보니 자유롭게 2·3차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에 무리가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 낸 창작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하나를 내 '인생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 '달빛천사'처럼 노래하는 캐릭터의 성장을 주제로 한 뮤직 애니메이션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작사·작곡가들 모시고 오리지널 음원도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며 희망 사항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에 이용신은 "어른이 보더라도 서사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뮤직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면 좋겠다. 누군가 안 만들어 주면 나라도 만들어야겠다"며 제작자로서의 모습 또한 예고했다.
성우, 가수를 넘어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꿈까지 품고 있는 이용신. 데뷔 2년차에 '루나'와 '풀문'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그에게도 '달빛천사' 속 저승사자 콤비와 같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서울=뉴시스]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 "오리지널 성우 되고파...창작 애니메이션, 나라도 만들 것" 2022.02.12 (사진=올보이스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이용신은 현재 그에게 힘을 주는 존재로 아이들과 '달천이'들을 꼽았다. "아이들에게 멋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또 나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많은 달천이들에게 '성우님 보니 나이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이어 이용신은 2030 '애니메이션 열풍'의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달빛천사 OST 펀딩 프로젝트가 MZ 세대들의 '추억에 대한 구매력'을 증명해줬다고 봤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덕후' 친구들의 화력, 돈을 아끼지 않는 특성들이 이 프로젝트로 인해 드러난 것 같다. (MZ세대는) '애니메이션이 곧 나의 어린 시절'이라는 공식에 따라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인 애니메이션 관련 아이템, 프로젝트에 내가 번 돈을 쓰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끼는 세대가 아닐까."
또한 "비록 펀딩 당시 원작을 더 선호하는 일부 '덕후'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잡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최근 부상하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들의 스타트를 끊은 건 달빛천사 펀딩"이라며 여기에 자신의 지분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 "성우가 애니메이션 더빙뿐 아니라 더 많은 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 2022.02.12 (사진=올보이스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은 누군가의 롤모델인 이용신도 한때 누군가를 보며 작아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성우 시험 합격 후 나와 달리 연극영화과를 나온 타 성우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으며, 유년 시절 노래의 꿈을 심어준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천부적 재능을 보면서도 좌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에 자신의 '애매한 재능'을 원망하기도 했다고 고백한 이용신은 "차츰 나를 갉아먹는 부족함 때문에 위축되는 대신,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연기의 기초를 쌓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연극영화과에서나 다룰 법한 책들을 쌓아두고 읽었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발성도 기초부터 배웠다. 결국 '성우'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출발점이었다. 내가 재능이 너무 완벽했다면, 오히려 이런 노력을 안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런 열등감이 있고,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되레 마음이 편해지고 실력은 조금씩 늘어 가더라."
나아가 그는 아직 '노래하는 이용신'으로서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성우가 단순히 애니메이션 더빙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기·노래·내레이션·작가 등 각종 활동을 소화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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