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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핵심이익 침해 판단 시 공세 전환 우려…러시아 '닮은꼴'?

등록 2022.02.18 09:11:03수정 2022.02.18 09: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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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심이익 우크라 이탈에 전쟁 불사

중국, 동북아 상황 변화 시 강한 압박 가능

美, 한국 포함한 우방 공동대응 방안 강조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 일부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훈련 후 철수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미국 및 NATO와의 안보 회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2022.02.16.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 일부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훈련 후 철수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미국 및 NATO와의 안보 회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2022.02.16.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반발하며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 역시 향후 자국 핵심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공세적인 태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시아에게 인접국인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것은 핵심이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미국, 유럽연합 편에 서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행보가 러시아의 분노를 샀다.

우크라이나는 200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독립국가연합(CIS)을 탈퇴한 데 이어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자 2014년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크림 반도를 점령했던 러시아는 이번에는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재현하려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가만두지 않으려 한다. 러시아에게 독립국가연합 국가 중 두 번째로 큰 국가이면서 나토 확장을 저지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서울=뉴시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병력과 장비를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와 동쪽 국경 인근 러시아, 남쪽 크림반도와 흑해 등 세 방면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해 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병력과 장비를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와 동쪽 국경 인근 러시아, 남쪽 크림반도와 흑해 등 세 방면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해 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 같은 상황은 동북아에도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과 러시아만큼, 아니 이보다 더 치열한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동북아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대만, 북한, 한국 등의 동향을 주시하며 때로는 내정간섭으로 의심될 정도로 개입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았던 2016~207년에도 중국은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한국에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가했다. 향후 미국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 할 경우 중국은 한국에 사드 때보다 더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중국 견제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이려는 움직임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들 간의 집단 안보 체제를 한층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11일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미 정부는 이 전략에서 "미국과 동맹, 파트너들이 어떤 형태나 영역의 공격도 단념시키고 격퇴하기 위해 전쟁수행 영역의 모든 노력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만스크=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13일(현지시간) 제공한 사진에 러시아군이 무르만스크에서 훈련 중 그라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22.02.14.

[무르만스크=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13일(현지시간) 제공한 사진에 러시아군이 무르만스크에서 훈련 중 그라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22.02.14.

미 정부는 특히 "우리의 가장 강력한 비대칭적 힘인 안보 동맹과 안보 협력망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며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 등 역내 5개 조약동맹을 계속해서 현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정부는 "이 시대의 본질적인 현안들에 맞서기 위해 집단적 힘을 모으는 유연한 모임을 통해 일할 것이며 특히 '쿼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정부 고위 인사들 역시 이 같은 내용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7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역내에서 미국의 역할을 심화하고 21세기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의 집단적 역량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군 당국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아직 이를 검증하지 못했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2022.02.16.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군 당국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아직 이를 검증하지 못했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2022.02.16.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15일 한미동맹재단 주관 포럼에서 "인도태평양에서 다자 협력 체제를 만든다면 한국이 제일 처음 가입할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한국을 포함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인도태평양지역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역 협력 체제가 없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국, 미국, 일본, 호주를 비롯해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해 강력한 메커니즘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일과 호주, 인도, 아세안을 묶는 중국 봉쇄망을 구축하는 것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한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봉쇄망이 견고해질수록 중국이 지금의 러시아처럼 거칠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AP/뉴시스]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 02. 04

[베이징=AP/뉴시스]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 02. 04

김덕기 예비역 해군 제독은 지난 17일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과 인도·태평양에서 전략 경쟁 중인 중국에 중요한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대만·북한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대미 대응전략이 마련될 것"이라며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양보가 현실화되면 동아시아 패권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이 러시아의 뒤를 따르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분석했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지난해 8월 '한미동맹의 지역역할 확대 추이 재고해야'라는 글에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일견 중국을 국제질서에 순치시키기 위한 연성균형(soft-balancing) 전략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질은 경성균형(hard-balancing) 전략"이라며 "이는 점차 강한 군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짚었다.

부 센터장은 이어 "중국군과의 분쟁상황에 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역내 동맹국들이 스스로 군사력을 증강시키도록 촉구하고 증강된 동맹국 군사능력을 미군과 융합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 센터장은 그러면서 "최근 미국은 대중 견제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군사정책이 변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이런 정책이 계속 추진되면 역내에서 미·중 간에 직접적인 군사충돌 혹은 대리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2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2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2.04.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2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2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2.04.

심지어 미국 전문가들도 한국이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대화·협의체) 등에 가입하는 것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미국이 원하지 않는 상황은 공개적인 쿼드 가입 요청을 한국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이라며 "행여나 반중국적 움직임으로 여겨질까 봐 한국이 쿼드와의 느슨한 연대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미한 관계를 갈라놓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방송에 "미국은 한국에 쿼드 가입을 압박하고 싶어 하지 않고, 당장 중국과 관계가 악화됐다고 해서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며 "한국이 자국에 최선의 이익을 주는 면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 과정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덕기 제독은 "우리는 한반도가 19세기처럼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의 장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우리는 튼튼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주변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국방력을 비롯한 국력과 국론 통일에 기반을 둔 전략적 사고로 주도적인 자강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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