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브렉시트 단념하라"···英 메이, '초당파적' 압박 처해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총선 결과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17.6.11.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선에서 의회 장악력 확대에 실패하면서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EU) 단일시장 탈퇴) 기조를 폐기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이 지난 8일 총선에서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제1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 내부적으로도 브렉시트 방침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의원들 사이에는 보수당 의석 축소라는 총선 결과는 국민들이 메이 총리가 세운 하드 브렉시트 기조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일부 보수당 고위 관계자들과 노동당 의원들이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 계획을 포기하고 '초당파적' 논의를 통해 새로운 EU 탈퇴 협상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의원들은 브렉시트 방향을 놓고 '테리사 메이가 주도하는 보수당 만의 작당모의'가 아니라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의원은 '헝 의회'(과반 의석 정당 없음)에서는 보수당의 독단적 브렉시트 추진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당파 위원회를 꾸려 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협상 방향을 세우자고 주장했다.
【런던=AP/뉴시스】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런던에 위치한 자신의 지역구에서 연임을 확정한 뒤 웃음짓고 있다. 2017.6.9.
보수당 스코틀랜드 지부를 이끄는 루스 데이비슨 역시 이번 총선을 계기로 새로운 협상 접근법이 필요해졌다며, '오픈 브렉시트'를 위해 초당파 논의를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보수당은 작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메이 총리가 투표 결과를 받들어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천명하자 그의 협상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메이가 국정 장악력을 더 키우겠다며 제안한 조기 총선으로 자충수를 두게 되자 보수당 내 EU 잔류파 의원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보수당의 애나 소우브리 의원은 "총리는 (단일시장을) 떠나기 위한 의회 과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실 세계의 국민들은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국민 투표 결과를 존중해 EU를 떠나도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한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LD) 등 여타 주요 야당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분명 성사될 것이라면서도, 메이 총리에 무모한 탈퇴 계획을 변경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를 향해 이민 통제를 위해 브렉시트를 활용하려들지 말고 경제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일자리 우선(jobs-first) 브렉시트'를 고안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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