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방문하는 리커창…시진핑 이어 남중국해 외교전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10개국을 상대로 한 외교 행보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이슈 등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동아시아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필리핀을 공식 방문했다.
리 총리는 12~14일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하는 시 주석을 대신해 대(對) 아세안 정상외교에 나선다. 닷새 동안 필리핀에 머물며 아세안+중국 정상회의,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정상회의, 한국, 미국, 중국 등 18개국이 참석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상당수의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의 이해 관계가 맞닿아 있어 가장 민감한 이슈로 꼽힌다. 중국이 최근 이 지역을 군사기지화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 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 동안 중국-아세안의 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다자·양자 회동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30개의 새로운 계획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친중으로 기울고 있는 필리핀과의 관계 강화는 중국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총리로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필리핀을 방문하는 리 총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시 주석도 전날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필리핀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과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자 시 주석은 "걱정하지 말라"며 "필리핀은 안전한 (남중국해) 통행권을 갖고 있고, 이는 모든 나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중국의 '필리핀 껴안기'는 최근 아시아 순방을 통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다. 베트남은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주권과 자원개발 문제 등을 놓고 중국과 가장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매우 훌륭한 중재자다. 베트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분쟁을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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