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美, 안보리 '예루살렘 선언 반대' 결의안 나홀로 거부
【예루살렘=AP/뉴시스】7일(현지시간) 유대을 상징하는 별모양 창문 밖으로 예루살렘 구 시가지의 무슬림 성지 알아크사 사원의 바위돔 모스크가 보이고 있다. 2017.12.8.
미들이스트아이(MEE), AP통신 등에 따르면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이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했지만 14대 1로 부결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미국이 예상대로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결의안이 가결되려면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 모두가 찬성해야 한다.
이집트가 마련한 이번 결의안은 미국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대신 "예루살렘의 지위에 관한 최근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우회적 문구가 들어갔다.
결의안은 "에루살렘의 성격, 지위 또는 인구 구성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법적으로 무효하다"며 "연관된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스라엘 행정수도 텔아비브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의 주권과 중동 평화 프로세스 내 미국의 역할을 수호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쓴 건 6년여 만에 처음이다.
헤일리 대사는 "어떤 나라도 미국에 우리 대사관을 어디에 위치시킬지를 놓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며 "일부 회원국들이 자신들 의도를 이루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1994년 이래 팔레스타인에 50억 달러(약 5조 4300억 원)가 넘는 원조를 하며 다른 어떤 국가들 보다도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안보리 표결은 "모욕"이라고 표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환영했다. 그는 온라인상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헤일리 대사가 유엔에 "진실의 촛불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입장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나빌 아부 루데이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안보리 결의안 거부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루데이나 대변인은 미국의 주요 동맹인 프랑스, 일본 등 나머지 이사국 모두가 결의안을 지지했다며 "미국의 고립을 잘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모두의 성지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 곳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각각 자신들의 수도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미국은 이스라엘과 동맹임에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 역시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아랍연맹(AL), 중국, 러시아 등 모두가 트럼프의 선언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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