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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판매 재개에 "사도 될까" 불안…'친환경' 전반 불신

등록 2017.08.18 14: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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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통업계 계란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17일 오후 부산 남구 이마트 문현점을 찾은 한 소비자가 정부의 살충제 성분 전수조사서 통과돼 매장에 진열된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2017.08.17.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통업계 계란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17일 오후 부산 남구 이마트 문현점을 찾은 한 소비자가 정부의 살충제 성분 전수조사서 통과돼 매장에 진열된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2017.08.17.  [email protected]


 마트·편의점 달걀 판매 재개…"어떻게 믿고 사 먹나"
 소비자들 먹거리 불신 '친환경 농산물'로 확대 기류
 두부·콩·육류 등 달걀 대체 식품 찾기 위해 고민도

 【서울=뉴시스】 유자비 심동준 안채원 김지현 기자 = "달걀을 포함해 농산물에 대한 불신은 계속 있었는데 이번 파동이 확신을 줬네요. 역시 친환경이니 무농약이니 다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냐는 생각도 듭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확산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정부 검사 결과 안전성이 확인된 달걀들을 다시 팔기 시작했지만 아직 소비자들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믿기 힘들다" "사도 될까"라며 구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동으로 시민들 불신이 '친환경 인증' 시스템 전반으로까지 퍼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18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대형마트 달걀 판매대. 이틀 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판매가 중단됐던 달걀이 다시 들어왔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록 이를 찾는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종암동 한 식자재 마트의 달걀 코너도 소비자들 발길이 뜸했다.

 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양군애(65·여)씨는 "당분간 달걀은 계속 안 사 먹을 예정"이라며 "몇 개 빼고 안전하다더니 계속 추가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먹기가 더 힘들다"고 밝혔다.

 이정애(56·여)씨도 "달걀을 안 사먹을 계획이다. '08'이니 '09'니 숫자만 빼면 된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소비자가 안심 계란 판매 안내판 앞에서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2017.08.17.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소비자가 안심 계란 판매 안내판 앞에서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상당수 소비자는 친환경 농산물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날 한살배기 자녀를 포대기로 안고 종로구 대형마트를 찾은 이성주(35·여)씨는 친환경 농산물 판매대를 살펴보다 이내 일반 농산물 판매대에서 양상추를 집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씨는 "(친환경 양상추) 가격을 보고 그냥 싼 것을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며 "계란도 (일반) 30개 한 판짜리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를 생각해 조금 웃돈을 주더라도 친환경 농산물이나 '무항생제' 인증 달걀을 사곤 했다"며 "이번 파동으로 굳이 그래야 하냐는 생각이 든다. 대형마트에서 나오는 친환경 마크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3살과 6살짜리 두 자녀를 둔 김일화(38·여)씨 역시 "나름 아이를 생각해 비싼 친환경 농산물이나 계란을 사 먹였는데 이번 일로 의심이 생겼다"며 "가장 큰 문제는 친환경을 우리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특히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놀이방에 보내놓는 경우가 많아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각 가정에서는 육류나 콩 등 달걀을 대체할 식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인다.

 부산에 사는 김은순(54·여)씨는 "달걀은 불안해서 당분간 먹을 생각도 없다. 친환경 제품도 이제는 못 믿겠다"며 "대신 소고기나 돼지고기, 콩 같은 먹거리로 단백질을 챙겨야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원 황주연(27·여)씨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 연어 같은 생선을 먹거나 오리고기를 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강서송, 맘스홀릭 베이비 등에는 '계란을 대용할 두부나 콩 요리를 많이 해야 할 듯하다', '어떤 재료로 대체할지 고민이다. 두부나 참치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양은 적지만 메추리알이라도 먹어야겠다' 등 달걀을 대신할 반찬을 찾는 글들이 다수 오르고 있다.
【서울=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사용이 금지되거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살충제를 사용한 부적합 농장 13곳이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난각코드 중 42번 농가 08NMB→08LNB로 수정 발표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사용이 금지되거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살충제를 사용한 부적합 농장 13곳이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난각코드 중 42번 농가 08NMB→08LNB로 수정 발표 [email protected]


 부득이하게 달걀을 먹어야 할 경우 껍질에 적힌 각인을 면밀히 살피면서 생산자를 따져본다는 가계도 늘었다. 외식 식단에 달걀이 포함될 경우 번호를 확인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임승경(30·여)씨는 "아이들이 달걀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체할만한 다른 제품이 마땅히 없다. 껍질에 적힌 각인을 확인하면서 문제가 없는 것만 사서 먹이고 있다"며 "밖에서 먹는 경우 어떤 달걀이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하경(31·여)씨는 "아무래도 기존에는 보지 않던 번호를 신경쓰게 된다. 집에 사둔 달걀들은 다행히 괜찮은 것이었다. 음식점에서 먼저 문제없는 번호라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며 "메추리알을 먹으라는 말도 있기는 한데 그것도 믿기 어려워 이왕이면 당분간 알 종류는 먹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달걀 사진을 올리면서 ‘이 번호 먹어도 되는 달걀이냐’고 묻는가 하면 ‘우리 집 계란은 다행히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인증 글을 게시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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