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판사 동향 문서 존재했다…블랙리스트 여부는 결론 못내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한 문건이 있다고 의심 받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조사한 결과 발표를 앞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018.01.22. [email protected]
내·외부 게시판 및 SNS 등서 법관들 동향 파악
원세훈 전 국정원장 2심 판결 전후 靑과 연락
"사법행정 넘어 법관 독립 침해…지나친 개입"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한 문건이 있다고 의심 받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추가조사위원회가 '정당한 절차 없이 법관들 동향이나 성향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문건이 있다'고 22일 밝혔다.
추가조사위는 "사법행정상 필요를 넘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 문서들을 공개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로 청와대(BH)와 의견을 나누고 담당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공개했다.
다만 문건들이 실제 실행됐는지와 누가 관여했는지 등은 조사대상 및 범위를 넘는다며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추가조사위(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추가조사위는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평소 다수 법관들에 대한 여러 동향과 여론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들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법관 언행 관련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 방안 ▲판사들의 비공개 커뮤니티인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 현황 보고 ▲상고법원 관련 내부 반대 동향 대응 방안 ▲특정 판사들의 내부 게시글 및 언론 투고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등이다.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사법행정 목적 달성 등을 이유로 공식·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외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상 불이익 조치 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법관의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정책을 비판·반대하는 법관들 활동에 대응할 목적으로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인사나 감찰부서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내부 게시판, 익명 카페,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을 파악하고 익명카페 자진폐쇄 유도방안까지 검토한 것은 수단과 방법에서 합리적이라거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핵심그룹으로 분류해 그 활동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념적 성향과 행태적 특성까지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도 법관의 연구 활동에 대한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2018.01.18. [email protected]
원 전 원장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로 법원행정처가 BH와 의견 및 정보를 나눈 정황의 문건도 공개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파일로 BH와 여야 각 당, 언론, 법원 내외부 동향과 반응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다.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BH 사이에 특정 재판에 관한 민감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문의에 따라 담당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알려주려 했다는 것은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법행정위원회 및 판사회의 관련 문건도 발견됐다. 2016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이 사법행정위에 참여할 판사를 판사회의로 선출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데 따른 대응 방안 등이다.
핵심그룹은 우리법연구회 전현 회원이고 주변그룹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라는 취지로 핵심 그룹을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추가조사위는 "특정 연구회 회원, 정치적 성향 등을 주요 기준으로 법관을 분류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정 집단 내지 특정한 가치관을 지닌 법관을 특별히 취급하거나 배제 요소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작성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 관련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도 "그 자체로 부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이고 판사회의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 보여질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지난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시킨 국제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 연기 및 축소 압박과 관련해 연구회 및 인사모에 대한 대응 문건이 추가로 5개 더 확인됐다. 추가조사위는 이 역시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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