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5·18 시민군의 딸, 살풀이춤 헌사
광주 동아여고 출신 단국대 김선정 교수
1982년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부친 기려
단국대 김선정 교수.
18일 오전 9시44분.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그녀가 섰다.
피맺힌 한을 토해내듯 격정적인 공연은 6분간 이어졌다. 온 몸이 땀으로 젖은 그녀의 눈시울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붉어졌다.
주인공은 단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무용학과 김선정 교수.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5·18 40주년 기념식 본행사 무대에서 그녀는 '광주의 넋'을 주제로 살풀이춤 공연을 헌사했다.
이번 공연은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김 교수는 5·18 후유증으로 1982년 사망한 광주 시민군 고(故) 김성찬씨의 딸이다.
'광주'가 금기시되던 시기, 김 교수와 그녀의 어머니는 시민군이었던 아버지와 광주를 감추고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광주의 기역(ㄱ)자도 꺼내면 안 된다"는 고향 어르신들의 당부가 누구에게나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시대의 비극을 견디며 살아온지 40여 년. 김 교수도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됐다. 아버지와의 약속으로 시작했던 무용은, 김 교수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유일한 방식이 됐다.
운명처럼 살풀이춤 전수자가 된 김 교수는 공연에 앞서 "오래 억눌러 놓았던 슬픔과 외로움을 이제는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고, 남편에 대한 기억을 끝까지 숨긴 채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비로소 목청껏 부르는 듯한 김 교수의 춤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저의 춤이 흔적없이 스러진 이들의 흔적이 되기를, 이름없는 모든 시민군의 이름이 되기를 바란다"는 김 교수의 간절한 춤으로 40번째 5월의 봄, '광주의 넋'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기를…
광주 학강초와 동아여중·고를 졸업한 뒤 단국대에서 무용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6호 살풀이춤 전수자로 40여년 동안 한국무용의 길을 걸어왔다.
제23회 전국무용제 대상 대통령상, 제34회 서울무용제 우수상, 제2회 전국 전통무용경연대회 금상, 제1회 김백봉 춤 보전회 금상 등 국내외 권위 있는 대회에서 수십여 차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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