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靑,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엄중 주의 조치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7.09.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윤희 정윤아 기자 = 청와대가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에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불화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부재중에 이뤄진 현직 장관 경고조치 경위를 두고 파장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송 장관 엄중 주의 조치' 입장문을 낸 뒤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외교안보라인 불화가 아니며 국무위원으로서의 국회 발언은 무게감이 크다는 추가 설명을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윤 수석 명의로 입장문이 나간 것 관련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논의해서 결정됐고 언론 대응을 맡는 윤 수석이 입장문을 전달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순방 등으로 부재중일 때는 사안 경중을 따져 비서실장 선에서 결정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결국 이날 사과했다. 송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청와대에서 경고를 받은 것 관련 "소신이라기보다는 발언이 과했던 것 같다. 사과드린다"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조심하라(경고 받았다)"라고 답했다.
송 장관이 엄중 주의 조치를 받은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국회에 출석해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보를 '개탄스럽다'고 거친 표현으로 공개 비판한 점,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않은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과 시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 북한의 핵 개발 이유를 문 대통령이 '체제 안전 보장'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군사적 위협'이라고 말한 점 등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나 "국회 국방위 상임위는 국무위원인 장관이 국민을 대신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절차와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발언이 나온 것들이 조금 더 최대한 신중했으면 좋겠다 취지"라면서 "그러한 맥락에서 입장문에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이 정부가 국제기구 요청에 따라 검토 중인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건에 대해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답한 부분을 '정책적 혼선'을 빚은 대목으로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오는 21일 열리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일정상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결정 여부와 시기까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통일부에서 지원 부분에 대한 결론이 나올 텐데, 그 과정이 아직 마무리되기도 전에 장관이 마치 결론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 부분은 정부의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 프로세스상 맞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장관에게 말씀을 드렸다. 실제로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금 보고 있다. 모든 가능성은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서 정할 것이고 우리는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송 장관과 문 특보의 불화로 외교안보라인 불협화음이 생긴다는 관측 관련 "문 특보는 특보이긴 하지만 (연세대 명예교수로서) 본인의 생각과 사고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학자이기도 하다"면서 "다만 그 것이 정부 입장으로 잘못 비춰질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신중히 말씀을 하면 좋겠다고 전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특보가 외신에 대통령 외교안보 핵심 측근으로 소개되며 해외 언론 인터뷰를 하고 국회에서 특별강연 등을 활발히 하는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 외교 멘토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보의 말씀이 정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는 일은 없다. 특보가 여러 가지 의견을 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 것이 정부 정책과 바로 직결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설명에도 불구하고 '송 장관 엄중 주의 조치'를 둘러싼 정치권 여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 위원장(바른정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현직 국방부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이런 조치는 나라를 지키는 군과 국방부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문정인 특보는 미국에 가서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망언 등으로 상당한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주의를 받거나 경질돼야 할 대상은 장관이 아니라 문정인 특보"라고 지적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방장관과 대통령 특보가 상대를 정면 비판하고 '개탄'이라는 말까지 쓴 것은 이 정부의 자중지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짐작케 한다"며 "문 특보의 친북·낭만적 외교·안보관에 큰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송영무 국방장관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공식 석상에서 비난한 것은 청와대 안보라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송영무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국방위 위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 목적에 대해 "그 의도(체제안전 보장용)는 10%밖에 안 되고 90% 이상은 군사적 위협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문재인 대통령과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일단 북한의 핵 개발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북한의 욕심으로서는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일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송 장관은 또 문정인 특보 인물평으로 "워낙 자유분방해서 저 사람은 상대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자 입장이지 안보특보나 정책특보는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 등 공개 석상에서 개인 의견을 거칠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유념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오늘 국회 질의도 있고 추후에 장관께서 또 입장을 표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측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장관이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은 21일 열리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결정된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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