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발견…가족들 "이렇게 빨리 찾는데"(종합2보)
수색 개시 사흘 만에 항해기록저장장치(VDR) 회수
정밀 분석, 상태 나쁘면 10개월 이상 걸릴 수도
본체 발견을 위한 심해 수색작업은 계속 진행
가족대책위 "만감 교차, 허탈함 이루 말할 수 없어"
"블랙박스 등 증거 통해 사고원인 명확 규명돼야"
2년 전 남대서양 침몰, 한국선원 8명 등 22명 실종
회수된 VDR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어제 일종의 블랙박스인 VDR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수색을 개시한 지 3일 만의 성과로, 침몰 원인 규명과 실종 선원들의 행방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베드 컨스트럭터호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4일 21시경 스텔라데이지호 사고해역에 도착한 뒤 심해수색 작업을 벌여왔으며,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를 통해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하고 인근 해저면에 이탈해있는 VDR을 회수했다.
회수 해역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1860 노티커마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동쪽 1840 노티컬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수심은 3461m이다. 회수된 VDR은 현재 특수용액에 담아 '씨베드 컨스트럭트'호 내에 보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VDR에는 날짜와 시간, 선박 위치, 속력, 방위, 선교 녹음, VHF통신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며 "이를 기상 상태와 연결해서 운행 적절성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사고 전 선박의 손상 여부 등과 관련한 자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VDR 분석은 해경과 해양안전심판원이 맡아 진행한다"고 말했다.
VDR 정밀 분석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하루 12시간 정도 분석을 진행할 경우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10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교(브릿지·조타실)는 본체로부터 이탈된 상태로 발견됐으며 측면에 표시된 선박 식별번호(IMO Number 9038725)를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이 지난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년의 기다림,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문화제'에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8.03.31. [email protected]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이날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를 찾고 블랙박스를 수거했다는 소식에 만감이 교차한다.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가족들이 느끼는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빨리 침몰 선박을 찾아내고 블랙박스를 수거할 수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년간 '선례가 없어 심해수색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고 비판했다.
가족대책위는 "앞으로 블랙박스 및 추가로 찾는 증거를 통해 사고원인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면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돼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오션 인피니트사'와 48억4000만원 규모의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오션인피니티사는 선체 본체 발견, 미확인 구명벌 발견, 수중촬영을 통한 선체 상태확인과 3D모자이크 영상재현 등을 위해 심해수색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초대형 광석 운반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31일 철광석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선장과 기관사, 항해사 등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이 타고 있었으며 필리핀인 선원 2명만 구조돼 22명이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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