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북한] '바이든 시대' 개막…남북미 서로 다른 행보 어디로?
바이든 취임사서 한반도 문제 언급 없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입장
한미 '적'으로 규정한 북한은 각종 무기 개발 엄포
북미 간 중재 자처하는 한국은 북에 유화 메시지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2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전망하느라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요즘 많이 바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각종 회의에 참석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내놓는 여러 견해들은 아직 근거가 약한 것들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아직 대북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바이든이 당선하기 전부터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정책, 대북정책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인종갈등, 대외관계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엉망으로 헝클어 놓은 문제들을 수습하느라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일 여력이 당분간 없을 거라는 겁니다.
과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늘까지 바이든 정부에서 나온 한반도문제 입장은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 발언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모든 접근법을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입니다. 따라서 지금 바이든 정부의 출범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는 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마구잡이로 세상을 휘저어 놓은 아마추어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가 가고, 세련된 프로페셔널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시작됐으니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마디 거들려고 합니다.
저는 식견이 부족해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전망을 내놓을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북한과 우리 정부가 보여준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창 넘어 북한에서 세 번이나 다뤘던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다시 끄집어낼 수밖에 없네요.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선 '선대선, 강대강'으로, 한국에 대해선 '(굳이 호의를 베풀기보다) 하는 것만큼만' 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을 모두 '적'으로 삼으면서 적들의 '적대적'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군사력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최첨단 무기를 빠른 시일 안에 개발하겠다고 판타지급 공갈을 펼쳐 놓았습니다.
당대회 뒤에 열린 열병식에선 새로 만들었다는 '북극성-5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선보이면서 '세계 최강의 무기'라고 떠벌리기도 했습니다. 모두 미국을 겨냥한 행보입니다. 우리와 일본을 겨냥한 핵위협도 있었습니다.
이스칸데르형 또는 에이태킴스형이라는 신형 전술미사일들과 초대형 방사포를 보여주면서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전술핵무기들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도 겨냥하기 때문에 미국을 위협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은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행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호전적 공갈은 모르쇠하고 오히려 '김위원장은 분명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문대통령이 김정은의 속내를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김위원장에게 '그렇게 화만 내는 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2년 전처럼 잘해 봅시다'라며 달랜 겁니다.
싸우자고 덤비는 상대에게 웃통을 벗으며 맞상대하기보다는 '그러지 말고 잘 해봅시다. 미국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우리가 다리를 놓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봐요'라면서 말이죠.
어제 있었던 개각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는 '김여정 하명인사'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보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맺어주는 중매쟁이로 삼으려는 생각일 겁니다.
아시다시피 정장관 내정자는 2018년 3월 5일 평양에서 김위원장을 만난 뒤 3일 만에 워싱턴에서 트럼프를 만나 북미정상회담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지금 국가안보실장인 서훈 씨와 함께 말입니다. 맞선을 성사시킨 실적이 있는 두 사람이 다시 나서도록 하면 성공할 확률이 있다고 보는 거지요.
문대통령이 김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집니다. 김정은위원장을 '불량배'라고 욕 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만나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내가 세 번이나 만나서 확인했는데 김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강력합디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일단 맞선부터 보는 게 어떠냐'고 꼬드기는 중이지요.
문대통령은 또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중매쟁이를 욕하며 바이든과 맞선을 거부할 듯한 김정은을 달래려는 고육책일 겁니다.
이처럼 성의를 보이는 문대통령에게 김위원장이 다시 '오지랖 넓다'고 핀잔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정말 예의도 모르는 망나니'라는 욕을 먹을지도 모르니까요.
현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아직 준비가 덜됐으니 좀 기다리라고 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이 서둘러 북한과 타협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칠 줄 알라고 공갈치고 있고, 우리는 북한을 달래가면서 미국더러 빨리 맞선을 보라고 채근하는 중입니다.
그럼 이 상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건 전적으로 바이든 정부에 달려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조만간 나서게 될까요?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의 발언을 토대로 전망해보겠습니다.
블링컨은 '북한 문제는 역대 정부를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이며 갈수록 더 나빠진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접근법을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면서 '북한을 더 압박해 협상에 나서도록 할 수 있을지, 그밖에 다른 외교적 수단이 있는지 등등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동맹과 파트너, 특히 한국과 일본과 긴밀히 상의하면서 그들이 권고하는 것들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말만 들으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김위원장이나 문대통령이 애가 달아서 '빨리 대답해'라고 다그치는데 '이제부터 천천히 생각해 보겠으니 너무 보채지 말라'는 식이니까요.
그렇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는 한반도 문제보다는 중동이나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외교 과제에 익숙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해박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외교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라도 그가 맘만 먹으면 대응 방안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또 바이든 정부에는 한반도 문제에 해박하고 정통한 사람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고 합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나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대표적입니다. 셔먼은 북한에 대해 강경파지만 캠벨은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교의 달인과 해박한 강경파와 온건파가 머리를 맞대면 머지않아 좋은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 한 가지 블링컨은 외교적 수단만을 언급했습니다. 2017년 트럼프가 '미국 미사일이 북한 미사일보다 더 크다'면서 '분노의 불길(fire and fury)'을 언급하면서 위협한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나대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높아진다면 김정은 때문이지 바이든 때문은 아닐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중국 변수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못지않게 중국을 향해 적대감을 보입니다. 이 적대감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조만간 이 문제도 창 넘어 북한에서 다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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