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폭탄 피했지만 G2 무역전쟁으로 '위기는 진행형'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중간재 수출 중심 韓 타격 불가피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한국산 철강이 한시적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피해는 일단 피하게 됐다.
다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이 흘러갈 경우, 관세 부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한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5월1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철강 수입 상위 1~4위 국가가 모두 관세 유예국에 포함됐다.
철강 관세 부과 예외로 정부와 업계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340만1000톤으로 미국 철강 수입의 10%를 차지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철강 무관세 협정 원칙이 적용돼 대부분 품목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지만 반덤핑과 상계관세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은 한국산 철강 수입을 제재하고 있다.
23건의 반덤핑 규제 품목 중 17개 품목이 철강에 해당되며 현재 7건의 조사 품목 중 3개가 철강일 정도로 미국의 수입 제재는 거세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모든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손실액은 연간 8억8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한 통상 당국의 설득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당장 4월말 예정된 협상 종료시점까지 관세 영구 면제로 결론이 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을 관세 유예 대상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서 안보 동맹과 세계 철강 과잉 생산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꼽았다.
그러나 미국의 관심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양보를 끌어내는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일방적인 합의"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1일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과 한국은 (FTA 재협상에서) 마지막 몇 가지 문제들을 어렵게 다루고 있다"며 "한국이 미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치닫기 시작한 점도 우리나라에는 불안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의 관세를,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두 강대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할 경우, 교역 규모가 축소하며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도 자연스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6.2%로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간선거에 따른 정치적 지지기반 확대 등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는 격화되지는 않더라도 지속될 가능성은 높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