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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부동산 실소유자 소유권 인정' 판단…업계 "악용막아야"

등록 2019.06.20 16: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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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차명부동산도 소유권 인정 왜곡된 신호 우려

"처벌 수위 세지만 과징금 감면 등 악용 사례 있어"

대법 "법적 판단 아닌 입법적 개선으로 해결해야"

【서울=뉴시스】서울시 서초구 대법원(뉴시스DB)

【서울=뉴시스】서울시 서초구 대법원(뉴시스DB)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부동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등기해도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가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서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실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A씨의 배우자가 2001년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피하기 위해 B씨 배우자에게 명의신탁을 했는데 배우자가 각자 사망한뒤 해당 부동산권리를 갖게 된 A씨가 이 땅을 상속받은 B씨를 상대로 소유권을 넘기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핵심 쟁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처분명령을 피하고자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를 돌린 경우엔 어떠한 지다.

A씨는 명의신탁 약정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B씨 배우자 명의의 소유권이전 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B씨는 소유권이전 등기가 민법상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대해 1·2심은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해 등기를 이전했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소유주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다른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형사처벌 대상이기는 하지만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부동산실명제법 입법 취지와 명의신탁 무효의 의미가 실권리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함께 불법을 저지른 등기권자(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수 의견은 부동산 명의신탁은 반사회적 행위로 오랜기간 공감대가 형성돼 부동산실명제법이 제정·시행됐는데 대법원은 여전히 원소유자의 소유권을 인정해 명의신탁 약정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정당한 목적을 위해 금지규범을 만들고 처벌규정을 뒀다면 사법부는 법적 테두리내에서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이용해 명의신탁을 제재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명부동산을 소유해도 실소유자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로펌 변호사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가 낮지 않고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까지 내야 하지만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과징금을 감면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1995년 7월 도입된 부동산실명제법은 명의신탁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신탁자(실소유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수탁자(등기명의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이와 별개로 신탁자는 부동산가액의 30% 이내의 과징금과 이행강제금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자칫 차명부동산을 가져도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질까 우려된다"며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을 내리며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 부동산실명제법이 갖는 한계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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