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75%→2.25% …사상 첫 빅스텝
사상 첫 '빅스텝'…세 차례 연속 인상도 처음
6%대 물가에 '빅스텝' 불가피…원화 약세도
[서울=뉴시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미 금리 역전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통위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5월 다섯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 1.70%로 올린 바 있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도 만장일치로 연 1.75%로 인상했다.
이번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취임 이후 두 번째 금통위로 임지원 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로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6명 체제로 열렸다.
중국 경제 둔화, 유럽발 경기침체로 국내 성장 모멘텀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가 더 뛰어 오를 경우 실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소비자물가는 6%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다. 쌀, 라면 등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되는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 물가)도 같은 기간 7.4% 올랐다. 두 지수 모두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email protected]
일반인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4%에 육박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대비 0.6%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대비 상승폭(0.6%포인트)도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져 한·미 금리가 역전이 임박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한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올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벌려 놓은 상황이지만 한미 금리 역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0.5%포인트 인상으로 일단 미 연준 기준금리(1.5∼1.75%)와 격차는 상단이 0.5%포인트로 커졌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미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번달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가계 빚 부담은 여전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 늘었다. 또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19.4%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 가운데 가계가 104.5%로 전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4.9%로 전분기(113.7%)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부채 규모가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