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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열전⑤]신약 개발기간 절반 단축…부작용까지 예측

등록 2023.10.02 12:01:00수정 2023.10.02 12: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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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AI 활용 1년 내 개발

개발 기간 단축·임상 성공률 높여

협업 방식이 활발…전담팀 설치도

"로드맵 수립·데이터 활성화해야"

[서울=뉴시스] AI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로 조명되면서 신약 개발 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진은 한국노바티스 뉴스레터 Vol.15 '노바티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 스토리: 첨단AI 시대의 신약 개발'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AI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로 조명되면서 신약 개발 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진은 한국노바티스 뉴스레터 Vol.15 '노바티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 스토리: 첨단AI 시대의 신약 개발'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미국 화이자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코로나19 유행지역 예측과 임상시험 분석으로 통상 10년 걸리던 백신 개발을 10.8개월로 단축했다. 미국 모더나 역시 코로나19 백신에 AI·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11.4개월로 줄였다. 속도 싸움이었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가장 빨리 개발해낸 곳들 중 하나인 이 두 회사가 결국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장악했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AI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로 조명되면서 신약 개발 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각종 보고서와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AI 기술은 보통 15년 걸리는 신약 개발 주기를 절반인 7년으로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위의 화이자·모더나 사례는 더 특수하게 빨랐던 사례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개발 지원이 있었던 데다, 다른 방식보다 신속 개발이 가능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국내에서도 아이진이 개발 중인 mRNA 코로나19 백신은 AI 신약개발 기업 팜캐드를 통해 두 달 만에 후보물질이 도출된 바 있다.

'AI 신약 개발'은 임상 데이터와 신약 개발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방대한 연구 자료와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후보물질을 찾아내 약의 효능을 예측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방법으로 후보물질 도출 작업을 할 땐 대상 질병을 정하고 관련 논문 400~500개를 필터링해 후보물질을 탐색한다. 반면 AI는 한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 탐색과 1010개 화합물 탐색이 가능하다. 연구자 수십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 단계에선 AI가 화합물 구조의 정보와 생체 내 단백질의 결합능력을 계산해 신약 후보물질을 먼저 제시할 수 있다. 병원 진료기록을 토대로 연구하고 있는 질병과 관련성이 높은 임상 대상 환자군을 찾는다. 또 유전체 변이와 약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임상 디자인 설계 및 맞춤형 약물의 개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2022년 6억980만 달러(약 8000억원)이던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5.7%씩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 달러(약 5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 협업 활용 88건…전문가 영입·전담팀 설치도

국내 제약기업도 신약 개발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로 AI 기업과의 협업 연구 방식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AI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회사도 생겼다.

지난 7월 발간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 4호'를 보면, 현재 52개 기업에서 총 88건의 협업을 수행 중이다. 올해 기준 15개 AI 신약 개발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개발 71건 ▲전임상 26건 ▲임상시험 7건 등 총 104건이다.

인체 임상시험 단계에 오른 연구에는 주로 AI를 기반으로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포진돼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급성골수성백혈병(임상 1상)·재발성 난소암(1상), 닥터노아바이오텍의 뇌졸중 회복(1상), 온코크로스의 근감소증(1상) 등이다.

대다수 제약회사는 AI 신약 개발 전문 플랫폼 회사들과 협업해 초기 단계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GC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서울대 AI연구원과 AI 신약 연구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협약을 통해 양측은 각종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질병 관련 유전체·단백질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웅제약도 작년 미국 XtalPi(크리스탈파이)와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이용한 항암신약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항암 표적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진제약, 알리코제약 등은 AI 신약개발 기업 바스젠바이오와 손잡고 연구에 나섰다. 바스젠바이오의 독자 개발 플랫폼 '딥시티'을 활용해서 삼진제약은 후보물질 발굴과 효능 평가를 진행한다. 알리코제약은 복합제 개발에 필요한 최적의 약물 조합을 발굴하고자 했다.

동화약품은 AI 신약 개발 벤처 심플렉스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중이고, 경동제약은 양자역학 기반 AI 신약 업체 인세리브로와 손잡고 혁신신약 확보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AI 신약개발 기업 아이젠사이언스, 파로스아이바이오, 신테카바이오 등과 항암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 진입을 위한 연구 중이다. JW중외제약은 AI 기술 적용을 신약 연구에서 원료의약품 연구 분야로 확장했다. 올해 1월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AI를 이용한 신약의 원료의약품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령은 AI 신약 기업 온코크로스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연구에 나섰고, HK이노엔은 에이인비와 손잡고 바이오의약품·항원 발굴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전담팀을 구축하기도 한다. 종근당은 AI 신약 개발 전문가인 곽영신 신약연구소장을 영입했다. 종근당 신약연구소를 총괄할 예정이다.

삼진제약은 '인 실리코'팀을 사내 개설하고 전문가를 고용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AI신약팀'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챗GPT 같은 거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방대한 양의 생물학적 데이터 처리·분석에 이를 사용하거나 신약의 효과·부작용 예측에 활용하는 움직임도 있다.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이해했다면 생성형AI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킨다.

"AI 신약 기술 로드맵 수립하고 데이터 활용도 활성화해야"

AI 신약 개발을 더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업을 바탕으로 ▲AI 신약개발 기술 로드맵 수립 ▲데이터 활용 활성화 ▲융합인재 양성 ▲공동연구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AI 성능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 이는 정부의 'AI 신약 개발 기술 로드맵' 수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로드맵에는 기술 검증 기준, 자동화 정도를 식별하는 기준, AI 기술혁신의 방향과 전략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신약개발 연구에서 정부가 수집·가공·공개하는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가명처리 또는 익명처리 후 활용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넓혀 신약개발 연구자의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또 컨소시엄 형태의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AI 신약개발 생태계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것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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