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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기무사령관' 조현천 재판 공전…증인들 "기억 안 나"

등록 2023.09.25 16:22:49수정 2023.09.25 19: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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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국해 5년 만인 3월 귀국

2016년 보수단체 선거 개입 혐의

부하직원들 "잘 기억나지 않는다"

7년 만에 재판…도피 전략 통했나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재판 출석하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2023.09.1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재판 출석하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2023.09.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보수단체 회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천 전 국군 기무사령관 재판이 공전하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의 도피 생활로 2016년에 일어난 사건을 7년여가 지나 재조사하면서 증인들의 기억이 불분명한 탓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군형법상 정치관여,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사령관의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보수단체 한국자유총연맹(한자총) 회장 선거 당시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집중됐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 특별보좌관 출신 김경재 전 국회의원이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기무부대장들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재판에 선 전직 기무부대장들은 "오래 돼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전직 기무부대장 조모씨는 "박 전 처장이 전화해서 한자총 선거와 관련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불분명하다"며 "제가 선배기 때문에 선거와 관련해 자문을 구하는 정도의 통화였다"고 말했다.

전직 기무부대장 박모씨도 "한자총 선거 분위기를 파악해 달라고 했던 것 같다"며 "제대를 앞두고 있어 골치 아픈 사안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 '선거' 얘기가 나오자 내가 전화를 중간에 끊어버렸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2018년 검찰 조사에선 '김경재 후보를 도우라는 뉘앙스로 들려서 문제될 것 같아 잘랐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박씨는 "누굴 밀어달라는 건 아니었다"며 부인했다.

다른 전직 기무부대장 이모씨는 "박 전 처장이 선거과 관련해 요즘 분위기가 어떠냐, 분위기를 알아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면서도 "특정 후보를 지원하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

전직 기무부대장 양모씨 역시 "박 전 처장의 전화는 받았는데 한자총 회장 선거와 관련한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선 1차 공판에서도 검찰은 조 전 사령관으로부터 '선거 개입' 관련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박모 전 기무사 1처장과 손모 전 기무사 예비역지원과장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이들은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016년 한자총 회장 선거 당시 부하 직원들을 동원해 김 전 의원이 당선되도록 예비역·보수단체 활용 방안 수립 지시를 내린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다.

또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기무사 예산을 투입(업무상횡령)하고 예비역 장성을 동원한 혐의와,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 집회를 열고 칼럼 등을 작성하게 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기무사를 이끌었던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예편한 후 12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2018년 이철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 계엄 문건'을 공개한 후 군·검 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수사에 나섰지만,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지 않아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수사를 중단한 바 있다.

행방이 묘연하던 조 전 사령관이 지난 3월 도피 5년여 만에 자진 귀국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2017년 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불법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준비를 주도한 혐의와 관련해선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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