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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 참패 책임 '나 몰라라'에 "혁신 제대로 되겠나" 회의론 확산

등록 2023.10.1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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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 책임자 김기현 주도 혁신 논의에 무의미 지적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 치르기 어려워

지도부 엇갈린 의견…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 언급

'수직적 당정관계' 지적도…"용산에 할 말은 해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혁신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선 "혁신이 제대로 되겠나"라며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 내에선 당직자 교체론부터 지도부 총사퇴까지 거론되면서 참패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려운 데다 참패에 책임 져야 할 김 대표가 주도하는 혁신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김 대표는 혁신위원회 성격의 미래비전특별위원회(가칭) 발족, 조기 총선 기획단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가시화 등 쇄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 내에선 지도부 사퇴 등 '그 이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혁신 논의에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쇄신안이 공개되기도 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 등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이번 주말 지역구인 울산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르며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다. 김 대표는 현역 의원들뿐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 정계 원로 등 다양한 인사들을 만난다는 계획이다. 형식적인 여론 수렴을 거쳐 대표직을 유지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당 일각에선 나온다.

김 대표는 전날 당 혁신안의 구체적 윤곽에 대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장 오는 15일에도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는 만큼, 혁신안 발표는 이르면 이번 주말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혁신안의 쟁점은 인적 쇄신 여부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대대적인 혁신'을 강조하면서 당 지도부 교체 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적 쇄신은 당의 변화 의지를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당초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사퇴한 후 임시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김 대표 등 지도부는 이를 외면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만든 당대표인 만큼 대통령실이 김 대표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데다 내년 총선 공천이 임박한 시기여서 김 대표가 공천의 총대를 매줘야 한다는 점도 작용하는 듯하다.

당내에서 김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의원은 4선의 홍문표 의원뿐이다. 홍 의원은 "책임자가 책임을 안 지고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을 돌리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 바 있다. 원외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과거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책임질 사람들이 사퇴하고 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차선책으로 당대표 본인 및 선출직 최고위원보다는 지명직 당직자에 대한 교체에 무게가 더 실린다. 지명직 당직자는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대변인단 등이 있다.

당내에서는 지난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탕평 차원의 당직 개편을 한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서 친명계를 뺴고 비명계를 중용했다. 다만 조정식 사무총장이 유임되면서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도 한 번 위기가 왔을 때 당직 교체를 한 적이 있다"면서 "아마 그 정도 수준이지 않겠나. 대표의 결단 사항이라서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 개별 면담에서는 이번 공천 실무를 총괄한 이철규 사무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선을 6개월 남겨두고 대표적인 친윤계로 꼽히는 이 사무총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민주당 사례와 같이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이 사퇴하는 수준이 인적쇄신이 점쳐진다. 이 경우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그 사람들보다 대표성이 더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있는데 무슨 명분으로 자르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인물 교체 없이 미래비전특위 등을 필두로 총선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적 쇄신보다는 당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혁신안은 사실상 알맹이 없는 '맹탕 혁신'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 당 관계자는 "이번 혁신안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면서 "선거 패배한 지 지금 48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도 책임의 'ㅊ'자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도 대통령실이 김태우 후보 공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당이 그대로 끌려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간 당이 대통령실 입장에 발 맞춰 아무런 존재감 없이 '용산 출장소'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재선 의원은 "다른 방식으로 보선 결과에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떻냐는 의견이 있다. 예를 들어 장관직, 공천 관련 인사에 대해 당이 용산에 할 말은 한다든가, 지금은 할 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근데 지도부가 지금 그걸 할 수 있는 지도부냐에 대한 이견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오전 0시40분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의 56.52%인 13만7065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태우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는데 그쳤다. 양자간 격차는 17.15%포인트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오전 0시40분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의 56.52%인 13만7065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태우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는데 그쳤다. 양자간 격차는 17.15%포인트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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