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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이웃 가이아나와 분쟁지역 영유권 국민투표 실시

등록 2023.12.04 09:30:25수정 2023.12.04 09: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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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나 영토의 3분의 2에 달하는 에세퀴보 광산 지대

1899년 영국 미국 러시아가 국경선 결정..1966년 무효화

석유등 광물 매장량 밝혀지면서 마두로가 수복에 "눈독"

[카라카스( 베네수엘라)=AP/뉴시스] 12월 3일 실시된 베네수엘라의 가이아나와의 영토 분쟁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참가율이 저조한데다 투표소마다 대기 줄에는 군인들만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2023.12.04.

[카라카스( 베네수엘라)=AP/뉴시스] 12월 3일 실시된 베네수엘라의 가이아나와의 영토 분쟁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참가율이 저조한데다 투표소마다 대기 줄에는 군인들만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2023.12.04.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가 3일 국민투표를 실시, 이웃나라 가이아나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광대한 석유· 광물 부존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국민의 찬성 여부를 물었다 .

베네수엘라는 문제의 지역이 약 100년 전에 국경선을 그릴 때 상대국에게 도둑맞은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가이아나는 이번 국민 투표가 베네수엘라가 자국 영토인 에세퀴보 지역을 합병하려는 시도의 첫 단계라고 간주하고 모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가이아나 정부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문제의 지역을 한 주(州)로 만드는 것에 찬성할 경우에는 현재와 미래의 거주자들에게 가이아나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 최고 재판소가 남미의  두 나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내린 타협안을 거부하는 방안이어서 사안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한 군사지역 안의 투표소에서 3일 투표를 마친 뒤 "우리는 이 문제를 150년 만에 실시하는 우리 헌법에 규정된 평화롭고 민주적인 방법(국민투표)을 통해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다른 정부 각료들은 국민 투표 결과를 어떻게 집행하고 실천에 옮길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 날 투표 종료가 두 시간도 남지 않았을 때 카라카스 시내의 투표소들에서는 투표율이 예상했던 것보다 무척 낮게 나왔다.  다른 선거 때 볼수 있었던 투표소 밖의 긴 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당국의 엘비스 아모로소 위원장은 투표 마감시간을 두 시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정확한 숫자도 밝히지 않은 채 "국민투표를 위해 대기 중인 수 많은 군중"때문에 불가피한 연장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국제사법재판소는 투표에 앞서 1일  베네수엘라에게 가이아나가 지배하고 있는 에세퀴보 지역에 대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것을 명령했지만,  가이아나가 요구했던 것처럼 베네수엘라 정부가 3일 5개 문항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법정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국민투표 결과의 법적 · 실질적 적용 여부가 불투명한데도 국제사법 재판소의 조앤 도너휴 소장은 1일의 발표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시도는 분쟁지역에 대한 행정적 지배권을 취득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단계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베네수엘라 군사정권은 그 뿐 아니라 분쟁지역 내에 비행장을 건설해서 에세퀴보의 합병에 필요한 물류이동의 지원 시설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고 도너휴 소장은 말했다.
 
문제 지역은 가이아나 영토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15만9500평방 킬로미터의 광활한 지역이며 브라질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브라질 국방부는 이번 주 초에 이에 대해 발표하면서 분쟁지역 내의 방어 작전을 강화하고 브라질 군을 분쟁지역에 증강시며 주둔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AP/뉴시스]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웃 가이아나 소재 에세퀴보 지역의 영유권 문제로 실시한 국민투표. 카라카스 시내 한 투표소의 한산한 풍경. 2023. 12.04.

[카라카스( 베네수엘라)=AP/뉴시스]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웃 가이아나 소재 에세퀴보 지역의 영유권 문제로 실시한 국민투표. 카라카스 시내 한 투표소의 한산한 풍경. 2023. 12.04.

에세퀴보 지역의 면적은 그리스보다도 크고,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이 곳은 다국적 거대 석유기업 엑손 모빌이 2015년 경제성이 높은 석유매장지를 발견한 곳이어서 그 때 부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국민투표를 몇 주일 전부터 크게 선전하면서 여기에 참가하는 것이 애국적인 행동이며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베네수엘라는 에세퀴보를 언제나 자국 영토로 여겨왔으며, 이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국경 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899년 가이아나가 아직 영국 식민지에 속해 있을 때 지금의 국경이 그려진 것이 분쟁의 원인이 되어왔다. 

당시 국경을 정한 것은 영국, 러시아, 미국의 세 나라였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영국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이 위원회에서 베네수엘라를 대신해 참석했다. 

베네수엘라는 당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자기들을 속이고 문제의 땅을 빼앗은 거라며 1966년 분쟁 해결을 위해 원래의 국경선을 무효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미에서 유일한 영어사용국가인 가이아나는 원래의 국경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영유권 문제를 제소했지만 판결은 몇 년이 걸릴지 아득한 상황이다.
 
3일 실시된 국민투표의 문항은 "어떤 경우에도  1899년 결정된 원래의 법정 국경을 지지한다"와 "1966년의 합의안이 유일한 법적 국경분쟁 해결책이다"를 선택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베네수엘라 국회가 제안하고 국가선거위원회가 승인했으며 마두로 친위대가 차지하고 있는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최종 실시를 결정했다. 
 
마두로 정부는 이 국민투표를 위해 모든 국영 미디어를 총동원해서 선전해왔으며 에스퀴보를 주제로한 음악,  전국 TV망을 통한 그 역사에 대한 소개,  벽화와 강연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대대적인 행사를 통한 에스퀴보 합병의지를 불태웠다.

이는 마두로 정권의 더 시급한 여러 문제에서 국민의 시선을 영토 문제로 돌리고 미국과의 정치범 석방 문제, 내년 대선에서의 공정한 선거 실시를 위한 정당들의 압박 등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기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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