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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체성 커졌다"…나홀로 귀촌 선택한 '신아로미'[인터뷰]

등록 2024.03.01 10: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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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일상·여행 콘텐츠 만드는 유튜버 신아로미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도 큰일 안 나더라" 몸소 증명

최근 현실적인 시골 일상 콘텐츠를 게재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여행·경제 크리에이터 겸 명상지도전문강사 신아로미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현실적인 시골 일상 콘텐츠를 게재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여행·경제 크리에이터 겸 명상지도전문강사 신아로미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재밌는 게임을 해보자. 질문을 던질 테니 답을 해보시라. 답을 맞혀보겠다. 첫째 당신은 드디어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있다. 이때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상적인 주거 형태는 무엇인가. 둘째 당신은 도시와 시골 중 어디에 사는가. 아마도 당신은 차례대로 아파트와 도시라고 답했을 것이다.

모두 통계에 기반한 예측이다. 2022년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직방'이 자사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 집 마련 의사가 있는 응답자의 84%가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시계획현황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 전체 인구 92%가 몰려 산다.

그런데 여기 드물게 위 질문에 모두 다른 대답을 내놓는 이가 있다. 바로 1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일상·여행 유튜버 신아로미다. 최근 신아로미는 시골의 한 단독주택에서 혼자 사는 미혼 여성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은 유튜브 영상을 잇달아 게재하며 인기를 끌었다. 

뉴시스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 '신아로미(seen aromi)'를 운영 중인 여행·경제 크리에이터 겸 명상지도전문강사 신아로미(37)를 만나 그의 콘텐츠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8년 유튜브를 시작한 신아로미는 초창기엔 해외 콘텐츠를 자주 올렸다. 특히 해외에서 인종 차별 등 불합리한 일을 겪더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맞서는 그의 모습은 그의 구독자 및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신아로미는 "그때까지만 해도 유튜브에 여행 영상이라면 해외에서 인종차별 등을 겪고 슬퍼하거나 우는 영상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해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인종차별엔 의연한 편이었다. 또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아도 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와 같은 그의 강단은 스스로를 다른 길로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예측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려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도전하고 헤쳐 나가는 걸 즐기는 걸 넘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오히려 예측이 가능한 반복적인 삶과 장소는 즐겁지 않다.

신아로미는 "누군가는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오전 9시에 퇴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반복적인 삶이 안정적이라 좋을 수 있다. 그런데 난 삶이 계속해서 똑같은 모양대로 흘러가는 걸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예측이 어려운 시골이라는 장소에서 일을 주체적으로 해나갈 때 살아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런 그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골로 이사하는 덴 계기가 필요했다. 사실 신아로미도 약 3년 전 내 집 마련의 꿈을 도시 아파트 매매로 이루고자 했었다. 하지만 아파트 매매는 쉽지 않았다. 돈이 있다고 다가 아니었다. 부동산에 방문해도 문전박대를 당했고 겨우 집을 보러 갔더라도 갑작스럽게 가격이 1000만 원씩 오르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매 관련 부동산 소송까지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조부모님께서 한때 거주하시던 시골집에 방문하게 됐다. 10년 넘게 오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집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신아로미는 "평화롭고 살고 싶더라. 거주용 집과 재테크용 집은 다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골로 이사한 과정을 설명했다.

최근 현실적인 시골 일상 콘텐츠를 게재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여행·경제 크리에이터 겸 명상지도전문강사 신아로미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현실적인 시골 일상 콘텐츠를 게재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여행·경제 크리에이터 겸 명상지도전문강사 신아로미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적으로 도시는 편하고 시골은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점을 뒤집는다면 누군가에겐 도시가 편한 이유가 불편한 이유일 수 있고, 시골이 불편한 이유가 오히려 편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신아로미는 도시는 편리하고 좋은 것들이 많은 만큼 정말 원하는 걸 찾기 힘든 곳이었다. 밖에 나가면 원치 않는 광고도 봐야 했고 소위 좋다는 아파트, 옷, 시계들로 넘쳐났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다양한 사람을 보게 됐고 대기업에 다니고 사업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다 좋아 보였다고 한다. 원하지도 않는데 탐하게 되기가 정말 쉬웠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골은 달랐다. 신아로미는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면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생겼다. 쉽게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시작할 수 없으니 더 신중하게 하고 싶은 걸 하게 됐다. 삶의 주체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분명 불편한 점도 있다. 예컨대 운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벌레가 많다는 것. 공동으로 관리비를 부담하는 도시의 주택과는 다르게 시골 단독주택에선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배달도 안 되고 제설 작업도 안 해준다. 하지만 신아로미는 "다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인생은 자기가 어떤 걸 더 감내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시골 이웃의 돈독함도 그에겐 별문제가 안 된다.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아로미는 "이웃분들이 관심을 주는 의도 자체는 굉장히 좋은 경우가 대다수다. 걱정돼서 찾아오신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생길 때 도움 청할 수 있고 서로서로 보호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라는 것 없이 관대하게 베풀어주신다"며 거듭 이웃들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시골에 와서 신아로미는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다. 길마다 편의점이 있는 도시에서 24시간 편의점이 하나만 있어도 감사한 시골에 내려오니 작은 것에도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아울러 동식물의 존재에도 고맙다고 했다. 신아로미는 "잘 지켜보면 이 친구들 엄청 열심히 산다. 새는 날씨의 변화에 따라 거처를 옮기고 잡초는 억세게 자란다. 생각해 보면 이 친구들은 내가 지켜보고 있지 않을 때도 열심히 살았을 텐데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고 말했다.

신아로미에게 세상이란 도전할 것도 탐구할 것도 넘쳐나는 놀이터다. 그래서인지 그는 경제 유튜브 채널 '누워서 돈 벌기' 운영, 여행 정보 수익화, 도서 출판, 온라인 블로그 강의 런칭 등 늘 새로운 일과 함께하고 있다.

향후 목표를 묻는 기자의 말에도 장난스러운 얼굴로 70세에도 요가 잘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독창적인 답변을 내놓은 신아로미.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게 있고 싫어하는 것도 다시 시도해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구독자 수도 30만 명으로 늘었으면 좋겠다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구독자의 숫자가 클수록 더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 신아로미는 "채널 구독자분들께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아로미의 유튜브 채널 설명란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바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도 큰일 안 나더라"는 지론이다. 문장 그대로, 아니 문장을 넘어서 신아로미는 유튜브를 시작했던 2018년께부터 몸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

"혼자 잘 살겠다는 말이 도태돼서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겠다는 말이 아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며 삶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모두 잘 지내보고 싶다는 뜻이다. 존재 자체로도 존중받고 존중해 줄 수 있는 그런 삶 말이다. 그런 삶은 여성이건 남성이건 기혼이건 미혼이건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원하는 삶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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