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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전이성 위암…"면역항암제로 생존율개선 희망"

등록 2024.04.22 07:01:00수정 2024.04.22 0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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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전이 단계서 5년생존율 6% 불과

전이성위암 1차치료, 면역항암제 허가

한국인 발병 많은데…'치료 혜택' 기대

"접근성 확대…보험 적용 빠르게 돼야"

[서울=뉴시스]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 혁신 치료제들이 도입되고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과거 말기라 불리던 전이성 단계의 암도 생존율이 향상됐다. (사진=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2021.10.18

[서울=뉴시스]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 혁신 치료제들이 도입되고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과거 말기라 불리던 전이성 단계의 암도 생존율이 향상됐다. (사진=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2021.10.18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2017~2021년 기준 5년 생존율은 70%를 돌파했다.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 혁신 치료제들이 도입되고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과거 말기라 불리던 전이성 단계의 암도 생존율이 향상됐다. 

22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원격전이(암이 주변 장기로 전이) 단계에서 모든 암의 5년 생존율(2017~2021년)은 26%로 10년 전(18.5%) 대비 증가했다. 암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경우에도 12.1%(2017~2021년)로, 10년 전 보다 2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발병 많은 위암의 경우 10년째 전이성 단계 생존율이 제자리 걸음이다. 원격전이 단계 위암의 5년 생존율은 6.6%(2017~2021년)에 불과하며, 이는 사망 1위 암인 폐암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이성 위암, 생존율 10년째 제자리…10년간 치료 선택지 제한적

위암은 세계적으로 서구권보다 동아시아에서 많이 발병하며, 그 중 한국의 위암 발병률은 세계 3위를 기록한다.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해 사회경제적 부담도 큰 암으로 꼽힌다.

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메스꺼움, 더부룩함 등 다른 소화기 질환과 구분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약 70%의 환자는 이미 암이 타 장기로 전이된 '전이성' 상태에서 진단받는다.

진행 정도에 따라 조기 위암에서는 수술, 전이성에서는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수술 치료의 발달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조기 위암과 달리, 전이성 위암에서는 5년 간 10명 중 1명도 채 생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이성 위암 5년 생존율은 국내에서 빈발하는 유방암, 대장암 등 다른 암종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며, 국내 사망 원인 1위 암종인 폐암(12.1%)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면역항암제 옵션 등장…전이성 위암 생존율 향상 기대

전이성 위암 생존율이 유독 낮은 이유 중 하나로는 오랜 기간 동안 효과적인 새 항암치료 옵션이 부재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전체 위암 환자의 80~90%를 차지하는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 유전자 음성' 위암의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 이후 20여년 간 표준치료제의 변화가 없었다. 10~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위암의 경우 10년 이상 표준치료법이 표적항암제-항암화학요법 병용에 머물러 있어 생존율 개선을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간절했다.

다행히 최근 다양한 암종에서 표준치료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가 HER2 음성·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되면서 미충족 수요가 컸던 전이성 위암 영역에서도 생존율 개선에 대한 희망이 비치고 있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전이성 HER2 음성 위암' 환자에서 기존 표준치료 대비 사망 위험을 22% 줄였다. PD-L1(암세포의 표면이나 조혈세포에 있는 단백질)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 혜택을 보였다. PD-L1 발현율에 따른 세부 분석에서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유의미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PD-L1 CPS 1 이상 및 10 이상인 환자에서 면역항암제는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했다. PD-L1 1 이상 4 이하인 환자에서도 사망 위험을 2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세계 주요 학회에서 발표된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아시아인 환자에서 기존 데이터보다 더 우수한 치료 혜택을 보였다. 위암 발병률이 높은 국내 위암 환자의 생존율 및 삶의 질 개선이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10여년간 새 치료 옵션이 부재했던 'HER2 양성 전이성 위암'에서도 PD-L1 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치료 대비 생존기간을 4개월 이상 늘리고, 사망 위험을 19%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 및 유럽종양학회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에서 HER2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접근성 개선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HER2 양성 위암에서는 아직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HER2 음성 위암에서도 PD-L1 CPS 5 미만 환자는 여전히 급여 대상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폐암, 유방암 등은 다양한 면역항암제 치료 옵션을 허가 받아 지난 10년간 생존율이 눈에 띄게 향상된 데 반해, 위암은 그간 효과를 입증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 치료 성적 개선이 더딘 암종"이라며 "특히 HER2 음성 위암 중 PD-L1 저발현 환자는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들 환자에게 기존 세포독성항암제 외에 급여화된 치료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생존율 개선을 입증한 면역항암제가 허가되면서 국내 위암 환자도 면역항암제 치료를 통한 생존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전이성 위암은 새로운 치료옵션이 적은 암종이라, 효과적인 새 치료법의 건강보험급여도 빠르게 논의됐으면 한다. 확실하게 환자의 생존 혜택 개선을 입증한 약제라면,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이 확보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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