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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신장 이식' 두 달 만에 사망…"그래도 연구는 계속"

등록 2024.05.16 07:01:00수정 2024.05.16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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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이식 후 사망

美, 10만명 이상이 이식수술 대기 중

국내 옵티팜, 이종이식 연구 이어가

[서울=뉴시스]미 하버드대 의대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이식수술을 하는 장면.(출처=하버드의대 MGH 병원). 2024.3.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 하버드대 의대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이식수술을 하는 장면.(출처=하버드의대 MGH 병원). 2024.3.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최근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두 달 만에 사망하면서 이종이식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말기 신장 환자 리처드 슬레이먼씨가 수술한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슬레이먼 씨에게 이식된 돼지 신장은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이제네시스(eGenesis)가 제작했다. 이제네시스는 돼지 신장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를 추가했다. 또 돼지가 갖고 있으며 인간에게 해로울 수 있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했다.

그러나 슬레이먼 씨는 수술 받은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수술을 집도한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슬레이먼 씨가 사망하자 “갑작스러운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도 “최근 이식 결과에서 (이식으로 인한 사망의)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네시스는 “슬레이먼 씨는 진정한 선구자였다”며 “그의 용기는 신부전으로 고통받는 현재와 미래의 환자들을 위한 길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종장기는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조직 등으로, 이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이종장기 이식 기술이다. 이종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이나 이종 간 감염병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종이식에 쓰이는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형질전환 과정을 거치거나 면역억제제 등을 이용한다.

이종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면역 거부반응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비정상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과학자들은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를 주입하는 등 거부반응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코로나 당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맞았을 때 어떤 사람은 괜찮았지만, 어떤 사람은 심한 부작용이 있는 등 반응이 전부다 달랐다”며 “우리는 우리 몸의 모든 면역체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장기는 다른 개체가 우리 몸에 들어와 작동하는 것인 만큼 쉽지 않은 분야”라며 “이종장기 이식으로 실제로 환자가 오랜 기간 생존한 이력이 없는 만큼 면역과 관련한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이종장기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종장기 연구기업인 제넨바이오가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면서 사실상 이종장기 연구기업은 옵티팜이 유일해졌다.

옵티팜은 형질전환을 통해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221일 간 생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국내 최장이었던 114일보다 두 배 가량 생존 일수가 늘어난 것으로, 국내 고형 장기 이식 분야의 임상 진입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옵티팜은 현재 이종 췌도와 신장, 혈액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하고 있다. 이종 췌도의 경우 영장류를 대상으로 비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이종 장기 연구개발 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오는 2027년까지 2개(고형장기 및 세포)의 인간 대상 임상을 목표로 연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이종 혈액 연구 과제도 수행 중이다.
 
옵티팜 관계자는 “2027년 말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2개의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때쯤에는 국내에서도 이종장기에 대한 환경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 이식 대기자는 미국에서만 10만명 이상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신장 환자로, 매년 수천명이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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