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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뚤어진 시선이 더 아픈 건선환자 "옮는 병이 아니랍니다"

등록 2014.08.14 10:11:30수정 2016.12.28 13: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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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민기홍 기자 = 건선. 2014.08.14. (사진=미국 건선 TV캠페인 'Live in my Skin' 화면 캡처)

【서울=뉴시스】민기홍 기자 = #1. 세련된 스타일의 한 여성이 점심을 먹기 위해 뷔페식당으로 들어간다. 식사를 하던 다른 사람들이 여성을 피해 자리를 옮기고, 인상을 찌푸린 채 여성의 모든 행동을 관찰한다. 음식을 가져다 먹는 것이 당연한 뷔페식당에서 종업원은 비위생적이니 움직이지 말라며,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직접 가져다주겠다고 말한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은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질색을 하고, 음식을 먹다 말고 식당 밖으로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다.  

#2. 한 남성이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고 피트니스 클럽을 방문한다. 트레이너는 자세를 교정해주면서도 남성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 시종일관 찡그린 얼굴인 채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잦다. 그는 남성이 사용하는 모든 기구에 살이 닿지 않게 수건을 두르고, 남성이 사용을 끝낸 기구는 반드시 닦아낸다. 심지어 그는 남성에게 운동하는 중에 장갑을 낄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위의 두 사례는 실제 미국의 피부과 전문의 세 명이 ‘Live in my skin(내 피부로 살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할리우드 특수 분장 팀의 도움으로 건선환자로 분장한 후, 환자의 입장에서 평범한 일상생활을 체험한 일이다.

결과는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대접을 받았던 이유는 단지 그들이 건선환자였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참여 의사들은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것 같아 너무 굴욕적이었고, 위축되었다”,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서 나 혼자 제외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건선, 단순 피부병이 아닌 자가면역질환

붉은색 발진과 함께 하얀색의 비늘과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면서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인 건선은 팔꿈치, 다리, 몸통, 두피 등 전신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병변의 형태와 모양 때문에 환자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껴 요즘과 같이 더운 날씨에도 반팔을 입지 못하는 건선환자들이 부지기수이고, 심한 경우 아예 야외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상처나 세균이 침입하지 않았음에도 몸이 면역반응을 필요 이상으로 일으켜 혈관이 과잉 생성되고, 피부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빠르게 증식하는 특징을 보인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멀쩡한 피부에 상처에나 생길법한 딱지와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선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한 번 발병하면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 게다가 증상이 심해져 중증 건선이 되면 건선성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 대사성 질환 등과 같은 동반질환이 나타날 확률도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난다.

건선의 주요 동반질환인 건선성 관절염의 경우 건선환자의 최대 30%에서 나타나며, 피부 병변 증상과 함께 관절의 통증과 염증이 동반된다. 외형상으로 관절이 붓고 변형되지 않더라도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관절과 무관한 허리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선으로 자살까지 생각, 환자들 삶의 질 매우 낮아

건선환자는 피부에 심한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부위에 건선 증상이 나타난 경우 환자들이 받는 심리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옮기는 전염병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건선학회가 2014년 초 건선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환자의 약 10%는 건선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선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울증은 39%, 불안증은 31%, 자살충동은 44%나 높게 조사되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의 삶의 질 척도로 건선환자와 일반인의 삶의 질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건선환자의 점수는 75점에 그쳐 일반인 86점보다 11점이나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 필요한 때

상황이 이런데도 많은 건선환자들이 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질환에 대한 오해, 사회적 편견 탓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조기에 건선을 발견하더라도 아토피나 단순 건조증과 같은 다른 피부과 질환과 혼동하거나 민간요법, 보완대체의학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를 받더라도 단기간에 치유가 되지 않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에 대해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 김성기 회장은 14일 “건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치료방법으로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되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건선 질환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함께 환자들이 정신적·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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